삼성그룹, 통합 인공지능 개발 포기... 회사별로 각개전투
삼성전자가 통합 인공지능(AI) 개발을 포기하고 사업 부문별 필요한 AI를 각각 개별 개발하는 ‘각개전투’ 전략으로 선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대규모 통합 태스크포스(TF) 주도 생성 AI 개발 계획을 백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삼성리서치 등 내부 연구·개발 조직과 삼성SDS가 함께 AI 개발을 위한 TF를 꾸렸다. 삼성그룹 차원에서 통합된 AI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은 무산됐고 대신 삼성전자의 각 부문과 삼성SDS가 각각 AI를 개발하는 것으로 수정했다. 삼성전자 내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 부문은 스마트폰·TV·가전을 담당하는 DX 부문이 각각 별도로 외부 협력 및 자체 모델 개발을 추진하고, 삼성SDS도 자체 AI 개발을 추진하는 식이다. 이런 결정에는 각 사업 부문과 계열사의 AI 활용 계획과 사업화 계획이 모두 다르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전 세계 테크 기업들은 개발 역량을 총동원해 통합 AI를 개발하며 AI 주도권 경쟁을 펼치고 있다. AI 챗봇인 챗GPT의 최대 투자자인 마이크로소프트(MS)뿐만 아니라 구글·애플·아마존 등도 AI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개발 역량을 집중한 통합 AI가 아닌 개별 AI를 개발하기로 하면서 글로벌 AI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DS는 네이버AI 검토, DX는 자체 개발
삼성전자는 기본적으로 외부 고객이나 기업용 서비스가 아닌, 내부 업무 보조 목적으로 AI를 개발할 계획이다. DS 부문은 지난달 출시한 네이버클라우드의 기업용 AI 서비스 ‘뉴로클라우드 포 하이퍼클로바X’를 쓰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문서작성 등에 AI를 활용하는 것이 목적이다. DS 부문은 네이버의 보안성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AI는 AI를 구동하는 서버를 해당 기업 내부에 두는 방식으로 서비스한다. 챗GPT·바드 등 해외 AI를 사용하면 서버를 운영하는 MS·구글 등으로 반도체 관련 자료가 유출될 수 있지만, 네이버 AI를 사용하면 이런 우려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DS 부문은 네이버 AI를 어떻게 튜닝(개조)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다.
DX 는 인사·총무·마케팅 등 다양한 업무 영역에 생성AI를 도입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이다. 보안보다는 범용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AI를 개발하는 방향이다. 이를 위해 DX 부문은 삼성리서치의 자체 개발 AI와 메타의 라마2처럼 기술이 모두 공개된 개방형(오픈소스) AI를 튜닝해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예컨대 인사 기록을 요약·정리하거나 마케팅 효율을 분석하는 AI 같은 업무 비서 역할 AI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삼성SDS도 따로 개발, AI 각개전투
기업 내부용인 삼성전자 AI와 달리 삼성SDS는 여러 생성형 AI를 그룹 계열사나 외부 고객이 사용하기 편하도록 도와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12일 삼성SDS는 자사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챗GPT나 클로바X 등 외부 AI와 결합해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공개했다. 업무 메일 작성을 돕거나 고객 응대를 자동화해주는 설루션 ‘브리티 코파일럿’과 생성AI를 기반으로 기업의 다양한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 ‘패브릭스’를 선보였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삼성SDS의 제품은 외부 AI와 결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지만, 장기적으로 자체 AI를 사업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각 조직의 AI 활용 방안을 종합해, 올 12월쯤 구체적인 AI 도입 계획을 내부에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내부에서도 우려가 크다. 삼성전자 내부 관계자는 “AI 개발 방향이나 사용 계획에 대해 여러 의견만 무성한 분위기”라고 했다. 회사의 역량이 분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각 사업부의 특성과 임직원 니즈에 맞춘 모델을 우선 활용할 계획이지만, 여러 AI의 뼈대가 되는 범용 모델(파운데이션 모델) 통합 개발은 계속 추진할 것”이라며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지만, 회사도 AI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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