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흐마니노프도 살아있었다면 전쟁과 푸틴에 반대했을 것”
“러시아 작곡가 라흐마니노프(1873~1943)가 오늘날 살아 있었더라도 전쟁과 푸틴을 반대했을 거예요.”
12일 서울 예술의전당 연습실에서 열린 간담회. 처음 내한한 우크라이나 여성 명지휘자 옥사나 리니우(45)의 발언은 명쾌하면서도 단호했다. 그는 오는 17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회에도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2번 같은 러시아 작품들을 지휘할 예정이다. 리니우는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차이콥스키 같은 러시아 작품을 연주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반대한다. 러시아 음악은 푸틴의 것이 아니라 세계 모두의 문화유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볼로냐 시립 극장 259년 역사상 첫 여성 음악 감독,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145년 역사상 첫 여성 지휘자까지. 리니우는 세계 음악계에서 ‘금녀(禁女)의 벽’을 무너뜨리는 지휘자로도 주목받는다. 그는 “지금은 여성 지휘자들을 많이 볼 수 있지만 음악원 재학 시절에는 여성 지휘자가 혼자뿐이었다. 이 때문에 저 자신도 젊은 여성 부지휘자들을 키우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고향 리비우 음악원에서 지휘를 전공한 그는 2004년 말러 콩쿠르에서 3위 입상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리니우는 “독일 오페라극장에서 한국 지휘자 김은선(현 샌프란시스코 오페라극장 감독)씨와 함께 공부하기도 했다”며 웃었다.
이번 내한 연주회의 첫 곡은 우크라이나 작곡가 예브게니 오르킨의 ‘밤의 기도’. 지난 3월 리니우의 지휘와 우크라이나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독일 베를린에서 세계 초연된 곡이다. 리니우는 13~23세의 단원들로 구성된 이 악단을 지난 2016년 직접 창단했다. 그는 “전쟁 이후 아버지를 잃거나 폭격으로 집이 무너진 단원들도 적지 않다. 이들의 음악 교육과 연주 활동은 물론, 가족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활동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극장과 음악원, 박물관과 고아원, 병원이 무너지는 끔찍한 상황 속에서 예술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이해하기 위해 질문하고 답을 구하는 과정이며 영혼을 치유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