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걸음 증시에… 갈 곳 잃은 투자금, 초단기 상품에 몰린다

안중현 기자 2023. 9. 1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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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 안보는 파킹형 상품 인기
일러스트=이진영

지난 6월 초 상장한 삼성자산운용의 ‘KODEX CD 금리 액티브(합성) 상장지수펀드(ETF)’가 지난 5일 63영업일 만에 순자산 2조원을 돌파했다. ‘KODEX KOFR 금리 액티브(합성) ETF’가 91 영업일 만에 순자산 2조원을 돌파한 기존 기록을 한달 가량 앞당겼다. 이 상품은 금리 등락에 따라 손해가 발생할 수 있는 채권형 ETF와 달리 원금 손실 우려가 크지 않고,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금리(연 3.7%가량) 수준의 수익이 매일 ETF 가격에 반영돼 하루만 투자해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자산운용은 “고금리 환경이 지속하는 가운데 대기 자금을 활용하면서도 손실을 보지 않는 이른바 ‘파킹형’ 구조의 상품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파킹형 상품이란 차를 잠시 주차했다가 빼는 것처럼 하루 단위로 수익률이 계산돼 언제든 넣고 뺄 수 있는 단기 투자형 상품을 말한다.

증시가 뚜렷한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스마트 머니들이 파킹형 상품이나 자산관리계좌(CMA)·머니마켓펀드(MMF) 등으로 몰리고 있다. 투자자들이 방망이를 짧게 잡고 초단기 상품에서 돈을 굴리면서 ‘한 방’을 노리는 것이다.

그래픽=이진영

◇갈 곳 잃은 투자금, 초단기 상품에 몰려

ETF 시장에서는 KODEX CD 금리 액티브 ETF 같은 초단기 파킹형 상품에 돈이 몰린다. 작년 말 ETF 순자산은 78조원에서 현재 107조원으로 불어났다. 그런데 올해 증가분 29조2000억원 가운데 26% 가량인 7조7000억원이 파킹형 ETF 8개에 몰렸다.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하면서 하루만 맡겨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CMA와 MMF 잔액도 늘고 있다. 피난처 성격의 상품에 자금이 잠시 머무르는 셈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7일 기준 MMF·CMA 잔액은 184조7397억원, 71조1007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각각 33조2123억원(22%), 13조5971억원(24%) 늘었다. MMF잔액은 167조원(6월말), CMA 잔액은 66조8000억원대(7월말)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다시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가 5월 이후 상승세를 타면서 MMA와 CMA 자금이 증시로 돌아갔다가, 지난달 1일 코스피가 연중 고점(2667.07)까지 오른 뒤 흘러내리자 다시 피난처로 되돌아 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7월말을 고점으로 증시가 내림세인 미국에서도 MMF에 돈이 몰리면서 MMF 잔액이 역대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미국자산운용협회(ICI)에 따르면 6일 기준 미국의 MMF 잔액은 5조6249억달러(7520조원)로 한 달 전(8월9일)에 비해 948억달러 늘었다.

◇단기 상품 인기, 지속 전망

초단기·피난처로 돈이 몰리는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증시에서 특별한 주도주가 눈에 띄지 않아 코스피가 당분간 박스권에 갇힐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2458~2595)을 비롯해 삼성증권(2450~2650), KB증권(2450~2660), 키움증권(2450~2680) 등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9월 코스피가 2450~2680선에서 머물 것이라고 예상한다. 현재 주가 수준을 감안하면, 국내 증시가 뚜렷한 방향성 없이 위아래로 소폭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채권 금리가 오르며 국내 증시 상승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자금이 고금리 상품으로 옮아가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의 장기채 금리가 16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장기채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에서 발을 뺄 우려가 있다. 중국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것 역시 주가의 발목을 잡는 요소다. 중국 제조업은 부진을 이어가고 있고, 대형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도 여전하다.

다만 8월 초 이후 코스피가 4%가량 하락한 상황에서 큰 폭으로 내리지도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그간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이 13.5배에서 10.8배까지 하락하면서 추가 하락 부담은 낮아진 상태”라면서 “주가가 연말까지 횡보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PER은 8~9배가 돼 추가 하락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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