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사우디아라비아의 브릭스 가입의 함의
지난 8월 사우디아라비아는 경제 5개국 협의체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가입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브릭스에 가입이 승인된 국가는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이란, 아르헨티나, 에티오피아로 2010년 남아공 가입 이후 13년 만에 브릭스는 외연을 확장하면서 회원국이 총 11개로 늘어났다. 이로써 세계 인구의 약 42%, 영토의 26%, 국내총생산(GDP)의 23%를 차지해온 브릭스는 지배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나 북반구 저위도에 위치한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의 목소리를 세계 의제의 중심에 두는 본격적인 다극화 시대를 열게 됐다.
그동안 중국과 러시아는 브릭스의 확장을 적극 추진해 왔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사이의 대립 구도가 고착화되는 가운데 6개 회원국의 가입은 미국의 패권에 경쟁할 수 있는 세력을 결집하려는 중국과 러시아의 강력한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 분석할 수 있다.
6개 신규 회원국 중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란, 이집트 등 4개국은 최근 10년 넘게 중국이 경제적, 외교적 지원을 하며 관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 공을 들인 중동지역 국가다. 중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원유의 최대 수입국으로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외교 관계 정상화를 중재하며 중동 문제의 주요 행위자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브릭스 가입은 미국에 대한 발언력을 확보하고 현재 추진 중인 탈(脫)석유 경제구조 다각화 프로젝트인 ‘사우디 비전2030’에 대한 적극적 투자유치가 주된 목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아랍에미리트와 이란 등 에너지 부국들의 브릭스 가입은 러시아를 제외한 기존 회원국들에 향후 안정적 에너지 공급원으로서의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의 브릭스 가입은 또 다른 함의가 있다. 이란은 브릭스 회원국이 됨으로써 미국의 경제적 제재에 맞설 기회를 모색할 수 있고 미국을 주축으로 하는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G7 경쟁자를 만들기 위해 브릭스의 확대를 추진한 중국의 승리”, “서방과 지정학적, 경제적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승리”,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의 합류로 브릭스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 “미국 주도 금융 질서의 대항마로서 브릭스의 새로운 역할” 등 세계 각국 언론은 이번 6개 신규 회원국의 브릭스 가입 의미를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브릭스의 외연 확장이 안보협력 단계로까지 이어질지에 대한 의구심은 남는다. 이번 신규 회원국 가입 승인 과정에서 보인 기존 5개 회원국 간 분열상은 11개 회원국의 각기 다른 당면 과제와 속내로 인해 향후 회원국 간 통합과 협력으로의 여정이 지난할 것임을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6개국 가입 승인은 더 넓은 신흥국 세계의 통합과 협력을 위한 브릭스의 결정을 보여주는 것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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