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심리부검
어느 날 불쑥 누군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2시간46분마다 경기도민 1명이 그렇게 세상을 떴다(경기일보 6일자 1면). 통계청의 최근 분석 결과다.
남겨진 유족은 깊은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길게는 강산이 한 번 바뀌는 시간 동안 지속된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도 잔뜩 쌓인다.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새 살은 돋아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 같다는 희망도 요원하다.
이럴 때 유족의 진술과 고인이 남긴 기록을 살펴 고인의 죽음에 영향을 미친 다양한 요인을 살피고 구체적인 원인을 찾아내면 어떨까. 이른바 심리부검이다. 건강한 애도를 시작할 수도 있다. 사실 국내에선 여전히 생소한 개념이다.
외신에 따르면 핀란드에선 심리부검을 통해 인구 10만명당 극단선택률을 1990년 30.2명에서 2011년 16.4명으로 45.7% 줄였다. 국내에선 2009년 한국자살예방협회가 보건복지부 지원을 받아 유족 면담을 시작으로 2014년 복지부의 중앙심리부검사업단을 거쳐 현재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담당하고 있다.
심리부검은 만 19세 이상 성인으로 경찰 조사에서 극단선택 사망으로 확정된 고인의 만 19세 이상 유족이 대상이다. 배우자나 부모 등 가족 혹은 연인, 친구 등 사망 직전 6개월간 근황을 얘기해줄 수 있는 사람의 신청으로 최대 2명(직계 1명 이상 포함)에게 이뤄진다. 1회 면담이 진행되고 유족의 심리 상태와 치유 목적을 위해 사별한 지 3개월 이상~3년 이내인 때 면담을 권장한다.
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선 심리부검이 극단선택 사망자의 1.3%에 그치고 있다. 스스로 세상을 하직하는 건 개인의 문제도, 유족의 잘못도 아니라 사회적 문제다. 우리 모두 함께 해결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유족이 심리부검에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장려해야 한다. 지원체계도 더 마련해야 한다. 사회가 건강한 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다.
허행윤 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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