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 첨단 무기도 사람 없으면 무용지물
소위, 중위, 하사, 중사를 일컫는 군 초급간부의 지원율이 나날이 떨어지고 있다. 정부는 ‘군의 허리’라는 초급간부들의 복무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상황은 여전히 절망적인 수준이다.
우선 간부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낮은 임금부터가 문제다. 올해 소위 1호봉은 178만원, 하사 1호봉은 177만원이다. 이마저 지난해보다 1.7% 증가한 수치다. 매년 비슷한 수준으로 인상된다고 가정하면 2025년 소위 1호봉은 약 184만원, 하사 1호봉은 179만원이 된다.
문제는 병사들의 월급도 2025년 내일준비지원금 55만원까지 포함하면 205만원이 된다는 점이다. 사실상 병장이 소위나 하사보다 더 많은 월급을 받게 되지만 국방부는 간부들의 각종 수당 등을 이유로 역전 현상은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수당체계는 문제가 없을까. 초급간부들은 하루 꼬박 당직근무를 서도 평일 1만원, 주말 2만원의 수당만 받는다. 식대조차 제공되지 않아 근무 뒤 숙소로 복귀하는 교통비를 포함하면 오히려 돈을 주고 일을 하는 구조다.
상황이 이러하니 군 간부가 되겠다는 청년들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당장 각 군 사관학교와 학군장교(ROTC) 경쟁률부터 급락했다. 2019년 35 대 1을 기록했던 육사 남자 경쟁률은 2021년 19.7 대 1로 반토막이 났다. 2019년 40.6 대 1이던 공사 남자 경쟁률도 2021년 17.5 대 1로 추락했다. ROTC는 창군 이래 처음으로 후보생 추가 모집에 들어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초급장교 오찬과 7월 지휘관회의에서 간부들의 처우 개선을 챙기겠다고 밝혔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도 전군지휘관회의에서 ‘초급간부들의 기를 살려 주라’는 특명을 내렸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국방부는 내년도 국방예산안을 편성하면서 긴축재정 기조 아래서도 초급간부 처우개선 명목으로 1천998억원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당초 국방부가 요구한 5천620억원의 3분의 1 수준인 것으로 밝혀졌다. 주택수당 인상과 초급간부들의 휴일·야간근무수당 신설은 아예 물거품이 됐다.
군의 한 축을 담당하는 군무원들의 처우 개선도 시급하다. 민간인이라는 이유로 관사나 주택수당 등 지원도 받을 수 없게 하면서 비전투요원인 이들을 당직근무와 전투훈련에 투입하는 현실이 문제로 떠올랐다.
여론의 관심도 적은 상황에서 군무원 중도 퇴직자는 최근 5년 사이 524명에서 1천389명으로 3배나 늘었다. 초급간부들과 달리 내년 예산안에 군무원 처우 개선 예산은 반영조차 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북핵 대응 전력 확보가 최우선으로 다뤄지면서 초급간부와 군무원 처우 개선이 뒤로 밀렸다고 지적한다.
‘최고사령부’의 저자인 엘리엇 코언 교수는 우크라이나전쟁에서 러시아군의 실패 원인을 유능한 부사관(NCO)의 부재로 꼽았다. 아무리 정교한 무기체계를 보유하고 있어도 이를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인재가 없다면 제대로 싸울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사람이 없다면 최첨단 무기도 소용이 없는 법이다. 저출생으로 병력이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에서 초급간부와 군무원 처우 문제는 중점 해결 과제가 돼야 한다. 정부와 국회의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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