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라 유물’을 물류센터 공사로 뭉개고 가는가
안성시 미양면 마산리 일대 공사 현장이 있다. M사가 물류창고를 짓고 있는 현장이다. 연면적 4만7천642㎡에 지하 2층·지상 4층 규모다. 지난 7월19일 건축허가가 났고 토목 공사 중이다. 이 현장에서 토기 모양의 유물이 발견됐다. 발견자는 작업 중이던 덤프트럭 기사다. 현장에서 2.8㎞ 떨어진 흙더미 속에 있었다. 온전한 형태의 토기였다. 안성시가 신고를 받아 검증했다. 신라시대 굽다리 긴목 항아리의 한 종류로 추정된다.
발견된 유물은 항아리 말고도 석관 등 많다. 누군가 흙더미에 고의로 옮겨 방치한 것으로 보인다.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이 있다. 토지를 개발하는 사업자가 매장 유물을 발견할 때 책무다. 즉시 공사를 중단하고 국가 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문화재청은 현장에 대한 보전 및 후속 조치에 들어가야 한다. 유물 비중에 따라 조치는 다르다. 유물을 이전해 보전하는 조치가 있고 발굴 현장을 그대로 보전하는 조치가 있다.
업자들에는 경제적 손해가 되는 상황이다. 공사가 중단되니 지체 손해가 발생한다. 현장 보전 결정이 나면 그 타격이 엄청나다. 모든 사업이 중단, 축소, 백지화된다. 이 과정에 업체와 국가기관 간의 갈등이 늘 있어 왔다. 과거 오산지역에서는 유명한 사건이 있다. 아파트 건축을 하던 건설사가 현장을 묻어 버렸다. 발굴이 엉망이 됐다. 문화재청 등이 발칵 뒤집혔고 업체 실무자는 구속됐다. 업체에서 구속을 각오하고 한 행위였다.
이렇게 예민한 일이다. 안성시 조치가 이상하다. 발견자가 유물을 신고한 것은 안성시다. 검증을 통해 가치 있는 유물임이 추정됐다. 관련법에 따른 조치는 즉시 신고와 공사 중지 요청이다. 하지만 안성시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유물 발견이 신고된 것은 8일이다. 본보 취재가 시작된 것은 11일이다. 그때까지 현장 점검은 없었다. 이 사이 M사는 어떤 제재도 받지 않았다. “유물이 발견된 적이 없다. 몰랐다”고 변명한다.
살폈듯이 개발업자에게 ‘유물 발견’은 달갑지 않다. 대개의 경우 숨기거나 덮고 가려고 한다. 그런 현실 때문에 강제 법률이 있는 것이다. 이번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안성시 역할이다. 법에 따라 조치하고 결정했어야 했다. 그런데 즉시 하지 않고 지연했다. 단순 실수였는지, 우리가 모르는 곡절이 있는지는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다만, 이런 경우가 가져오는 결과는 확실하다. 업체에는 이득이 돌아가고, 문화재에는 훼손이 가해진다.
신라시대 유물로 최종 확증될 경우 그 가치는 안성시민의 재산이다. 그걸 저렇게 처리하면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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