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방러, 군부 1·2위에 위성-핵잠-재래무기 책임자까지 동행
“김정은-푸틴, 오늘 보스토치니서 무기거래 회담”
유엔 대북제재 완화 등 논의… 金, 위성-핵잠 책임자들 대거 동행
러의 첨단 우주개발 핵심 장소서… 미사일 등 관련기술 이전 요구할듯
러 연해주 하산역 도착 북-러 정상회담을 위해 10일 오후 평양을 전용열차로 출발해 러시아로 향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새벽 접경 연해주 하산역에 잠시 내려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러시아 천연자원부 장관 등의 환영을 받고 있다.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코즐로프 장관은 이 영상을 공개하며 “김 위원장이 공식 방문으로 러시아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 뒤쪽으로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수행하고 있다. 연해주 주지사 텔레그램 |
일본 교도통신은 12일 러시아 당국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회담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도 이날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방문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우리 정부 소식통은 “무기거래 의사를 밝힌 북-러 정상에게 최적의 회담 장소가 이 기지”라고 평가했다. 교도통신은 두 사람이 회담 뒤 인근 하바롭스크주 산업도시 콤소몰스크나아무레에 있는 수호이(Su) 전투기 생산 공장도 방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곳에선 첨단 5세대 다목적 전투기 Su-57 등이 생산된다. 김 위원장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2002년 러시아 방문 때 이곳의 전투기 생산 공장을 찾은 바 있다.
김 위원장은 방러 길에 러시아로부터 이전받기를 원하는 위성·핵추진잠수함 기술 관련 군부 핵심 관계자들은 물론이고, 반대급부로 러시아에 제공할 포탄 등 재래식 무기 관계자들까지 대거 동행시켜 무기거래가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임을 분명히 했다.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린 대북 유엔 제재에 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이번 회담을 계기로 대북 제재에서 이탈해 제재 무력화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된 북-러가 한미일이 가장 우려하는 무기거래에 더해 대북 제재 무력화 가능성까지 노골적으로 밝히면서 동북아 신냉전 위기가 가시화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김 위원장의) 이번 방문은 전면적 방문(full-scale visit)이 될 것”이라고 밝혀 무기거래 등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될 것임을 시사했다. 경제난에 허덕이는 북한에 대한 식량·에너지 수출 등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교차관은 12일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제 (북-러 간) 비밀 무기거래 논의가 가시화된 것”이라며 “특히 북한은 미사일 기술 이전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 크리스 쿤스 의원은 “그들(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악마의 거래’를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北, 러와 무기거래 대놓고 시사
金 수행단 절반이 軍 핵심 관계자… 위성-핵잠 기술 받고 재래무기 줄듯
金, 푸틴과 수호이 공장 방문 예정… 러에 첨단 전투기 기술 요구할수도
● 위성·핵잠·군수산업 총괄 책임자 모두 동행
특히 이번 수행단에는 조춘룡 군수공업부장이 동행해 눈길을 끌었다. 북한 군수 산업을 총괄하는 조춘룡이 함께 가는 자체가 북-러 간 무기 거래 의도를 보여주는 장면이란 것. 북한은 위성 등 첨단기술을 러시아에 요구하는 반대급부로 포탄 등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재래식 무기를 제공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포탄·화약 생산 등 북한 군수 산업의 총책임자인 조춘룡이 간다는 건 이러한 논의를 하겠다는 의미일 가능성이 크다. 조춘룡은 8월 초부터 최근까지 김 위원장의 3차례 군수공장 시찰에도 모두 동행했다.
북한이 러시아에 요구할 것으로 보이는 정찰위성과 핵추진잠수함 기술과 관련한 인사들도 포착됐다. 과학교육 분야 담당인 박태성과 최동명 등이 대표적이다. 박태성은 북한이 2차례나 실패한 군사 정찰위성 개발·시험을 총괄하는 국가비상설우주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도 겸하고 있다. 해군사령관인 김명식은 핵추진잠수함 관련 핵심 관계자다.
● 러 첨단 전투기 기술 이전 요구 가능성도
교도통신은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과 함께 하바롭스크주 산업도시 콤소몰스크나아무레의 수호이(Su) 생산공장을 방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곳이 2020년 첨단 5세대 Su-57 전투기 등을 생산하는 곳인 만큼 김광혁 공군사령관의 동행이 첨단 전투기 기술 이전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해·공군 사령관이 모두 이번 방러 일정에 동행하는 만큼 북-러가 정상회담을 계기로 해상훈련 등 연합훈련 정례화 등에 전격 합의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우리 정보 당국에 따르면 앞서 7월 북한을 방문했던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김 위원장에게 먼저 북-중-러 3국 연합훈련을 제의했다.
북-러가 이번 회담에서 러시아 내 북한의 외화벌이 노동자 파견 확대 방안 등에 합의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의 건설건재공업상을 지낸 박훈과 당 경제부장을 지낸 오수용이 수행단에 포함된 것이 노동자 파견 의제를 협의하기 위함이란 분석도 나온다.
12일(현지 시간)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교차관은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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