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국방 사의 표명… 尹, 오늘 문체부 등 개각
정부 고위 관계자는 12일 “최근 정치권에서 탄핵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이 장관이 안보 공백 사태를 우려해 결심을 한 것으로 안다”며 “윤 대통령은 개각 전 이 장관의 사표를 수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장관은 예정에 없던 충남 계룡대를 방문해 박정환 육군총장과 이종호 해군총장을 비공개로 만나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先)사퇴, 후(後)개각’은 야당이 이 장관에 대한 탄핵 소추를 의결할 경우 헌법재판소 결정 전까지 수개월간 직무가 정지되는 ‘안보 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여권 일각에서 검토되던 카드 중 하나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항명 사건과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까지 겹치면서 정무 대응 미숙과 국정 혼선 지적이 제기되며 교체 기류가 확산됐다. 이 장관의 후임으로는 3성 장군 출신의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이 장관의 사의를 수용하면 신임 장관이 취임하기 전까지 신범철 국방차관 대행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아무런 반성을 하지 않은 사의는 끝이 아니라 진상 규명의 시작일 뿐”이라며 “윤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수사 외압의 문제를 분명히 지적하고 이 장관의 책임을 물어 해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섭 탄핵땐 사퇴-해임 못해 ‘국방 공백’… 개각前 사표로 정리
이르면 오늘 일부 부처 ‘소폭 개각’
대통령실, 안보라인 쇄신도 영향
野 “특검법 추진해 외압 계속 추궁”
후임 국방 신원식-문체 유인촌 유력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개각 발표 이전인 12일 먼저 사의를 표명한 것은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야당의 탄핵소추가 현실화할 경우 불거질 국방 안보 공백 사태를 막기 위해 먼저 대응하려는 대통령실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 장관의 사의 표명을 수리할 방침이며 이르면 13일 후임 국방부 장관을 포함해 문화체육관광부·여성가족부 장관 등 개각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관의 후임으로는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유력하다. 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과 임기훈 국방비서관까지 동시 교체되면 ‘안보 라인’에 대한 전면 쇄신 작업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문체부 장관 후보자로는 유인촌 대통령문화체육특별보좌관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가부 장관 후임에는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거론된다.
● “李, ‘안보 공백’ 우려에 ‘사퇴할 결심’”
12일 복수의 국방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 장관은 야당이 자신에 대한 탄핵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힌 직후부터 사의 표명을 고심해 왔다고 한다. 국회법상 장관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장관 직무가 정지되며,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장관은 사퇴하거나 해임될 수 없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을 의결해 이 장관의 직무를 정지시킬 경우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오기까지 수개월 동안 대통령 인사권이 묶이게 되는 전례 없는 ‘국방 공백’ 사태가 빚어진다는 게 대통령실과 여권의 우려였다.
7월 25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안을 헌법재판소에서 기각하기까지 이 장관이 5개월 넘게 직무 정지돼 불거진 행정 공백 사례도 있었던 만큼 여권 내부에서 개각 전에 이 장관이 사표를 내면 윤 대통령이 수리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되기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이 장관의 사표 제출에 대해 ‘민주당이 탄핵을 추진하는 상황을 고려했느냐’는 질문에 “타당성이 있고 필요성도 있는 질문”이라고 답했다.
이 장관의 사의 표명은 누적된 군 내부 혼선을 감안한 정무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대통령실이 국방 안보 라인 전면 쇄신을 검토하고 나선 점도 영향을 끼쳤다. 최근 국정 난맥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항명 사건과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 등 국방부에서 발생한 사건을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여권 안팎에서 “국방부의 미흡한 대응과 판단으로 논란을 확산시켰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례로 국방부가 6월 21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발표하던 당시 당과 전혀 조율 없이 발표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이 장관을 비공개 호출한 적도 있다고 한다.
● 野 “외압 몸통 감추려는 은폐 작전”
이날 이 장관 탄핵소추안을 당론으로 의결할 방침이었던 민주당은 안건을 의제로 올리지 않고 ‘속도 조절’에 나섰다. 표면적으로는 이재명 대표가 검찰에 출석하는 날인 만큼 검찰 규탄에 집중한다는 취지였지만 이 장관 탄핵에 신중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 국방위원들과 중진들을 중심으로 군령권을 가진 국방부 장관을 탄핵하는 것이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은 이 장관이 위법한 방법으로 채 상병 순직 사건 관련 해병대 수사를 방해했다고 보는 만큼 공세를 이어갈 예정이다.
민주당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사의 표명은 (해병대 사건) 외압의 몸통을 감추기 위한 은폐 작전”이라며 “해임이 아니라 본인이 사의를 표명해서 단순히 교체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표가 수리되면) 탄핵은 불가능해진다”며 “(채 상병) 특검법 추진을 통해 국방부 장관이 교체되더라도 국방부 장관을 포함해 외압에 관련된 분들 책임은 계속 확인해 나가고 또 추궁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이 먼저 사의를 표명한 만큼 실제 탄핵소추안이 발효될지는 미지수다.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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