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인터뷰'엔 떠들썩, '대통령 육성 보도' 침묵한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강승규 수석 육성 담긴 음성파일 보도에 대통령실 침묵…여권은 "물타기" 주장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여당을 폄훼하고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소위 '관제데모'를 사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대통령실은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른바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논란'에 이례적 성명을 낸 것과 대비된다.
인터넷 매체 '더탐사'는 최근 강승규 수석, 윤석열 대통령 및 김건희 여사의 육성이 담긴 녹취를 공개해왔다. 먼저 5일 <대통령실, '바이든 욕설' 덮으려 '관제데모' 사주… “MBC 저놈들 어떻게 해야돼”> 기사에서 더탐사는 강 수석이 MBC를 '매국 언론'으로 지칭하며 '우파 시민들 시위'를 독려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9월22일 관련 통화가 이뤄졌고 다음날인 23일과 29~30일, 10월17일 MBC 인근에서 시위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6일엔 <'검찰독재' 암시한 2년 전 윤석열 “국힘 접수 후 이놈XX들 뽀개버린다”> 기사를 통해 윤 대통령이 보수진영 인사와의 통화에서 “이준석(당시 국민의힘 대표)이 아무리 까불어봤자 3개월 짜리” “일단 당원을 왕창 늘려가지고 국힘 내부를 갖다 뒤집어엎은 다음”에 “(대선) 후보되면 비대위원장이 돼 갖고 당대표부터 전부 해임할 수 있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강승규 수석의 '관제데모' 독려를 받았다고 지목된 인물에게 김건희 여사가 덕담을 건넸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대통령이 현 여당에 대한 반감을 거칠게 드러낸 음성파일이 공개됐지만 국민의힘은 오히려 이 보도가 “물타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6일 “(윤 대통령이) 우리 당에 입당하기 전 사적인 발언에 가까운 이야기를 보도하는 것은 극히 부적절하다”며 “김만배-신학림 대선 공작 (에 대한) 물타기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간 윤석열 대통령이나 김건희 여사 관련 보도에 강하게 대응해 온 대통령실은 현재까지 해당 보도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더탐사 첫 보도가 있었던 5일, 나흘 전 불거진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논란'에 대통령실 고위관계자 성명이라는 이례적 입장 표명을 한 것과 대비된다.
1일 검찰발 보도로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이 대장동 개발사업자였던 김만배씨를 만난 뒤 본인이 쓴 책 값으로 1억6000여만 원을 받았다고 알려진 가운데, 대통령실은 당시 녹취록을 제보 받은 뉴스타파가 두 인물간 대화에서 드러난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을 보도하고 일부 매체가 이를 인용 보도했다는 이유로 “희대의 대선 공작 사건”이라 주장했다. 현재까지 김씨와 신씨간 금전거래의 대가성, 이를 최초 보도한 뉴스타파의 금전거래 사실 인지 여부, 정치세력 개입 가능성 등에 대한 근거는 확인된 바 없다.
이에 이튿날 대통령실 관련 보도는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논란'에 대한 대통령실의 반응을 전하거나 과잉 대응이라며 이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뒤덮였다. 반면 더탐사발 윤 대통령 발언 논란을 다룬 주요 종합일간지 지면 기사는 7일 세계일보 <與 “허위 인터뷰는 대선 공작… 민주 연루 의심”>, 9일 한겨레 <싸우라는 대통령, 국회 연설은?> 등에 그쳤다.
온라인 기사들 중에서도 대통령 음성파일 보도를 상세히 다루거나 이슈화한 경우를 찾기는 어렵다. 지난 1일~11일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에서 검색되는 '윤석열 녹취록' 관련 보도는 267건, 이 가운데 더탐사 보도가 거론된 보도는 10건에 그쳤다. 윤 대통령이 “3개월 짜리”라 지칭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7일 인천대 초청 특강에서 윤 대통령 녹취를 거론한 내용을 인용한 기사들이다.
이준석 전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 등을 통해 해명 없는 대통령실의 대응을 비판하고 있다. 지난 6일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한 이 전 대표는 “당을, 제 입에 담기도 뭐합니다만 어떻게 하겠다는 것부터 해서 대통령께서 그런 인식을 가졌다는 게 확인된 게 중요한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진행자인 신장식 변호사는 “대통령실 입장을 듣기 위해서 대변인실과 홍보수석에게 연락했으나 닿지 않았다. 추후라도 입장 보내주시면 방송에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11일에도 이 전 대표는 cpbc(카톨릭평화방송)라디오 '김혜영의 뉴스공감'에 출연해 '정부가 뉴스타파(김만배) 인터뷰 논란을 가짜뉴스 카르텔로 규정하는 것이 과잉대응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는 질문을 받고 “(대통령실은) 녹취록에 대해서 해명이나 하라. '이준석 3개월짜리'에 대해서는 육성이 나왔는데도 해명 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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