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檢, 선관위 부정채용 철저 수사해야
의원면직 그쳐 ‘제 식구 감싸기’
‘헌법기관’ 내세워 감사도 거부
독립성·공정성 말할 자격 있나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 특혜채용 사건은 전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2010년 9월 2일 저녁 8시 SBS 보도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다음날 청와대가 직접 나서 “개탄스럽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언급을 전하고, 진상 규명을 위한 대통령 지시사항을 공개했다. ‘고위 관료의 특권적 대물림’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온라인에서는 네티즌 수천 명이 진상 규명 대국민 청원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채용비리 의혹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전국선거관리위원회 부정채용비리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최근 7년간 경력 채용된 선관위 공무원 384명에 대한 조사 결과 채용비리 353건을 적발해 28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312건을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조사 내용을 보면 더욱 할 말을 잃게 한다. 내부 게시판에만 채용공고를 올리고, 자격요건에 미달한 응시자를 합격시키기도 하고, 정당한 기준 없이 합격자 결정기준을 바꾼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국가공무원법과 선관위 자체 인사규정에 따른 채용 절차를 위반한 것도 299건에 이른다. 특히 가족 특혜채용 의혹을 받는 당사자들을 징계 없이 ‘의원면직’해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정승윤 권익위 사무처장은 브리핑에서 “수사 의뢰 1건당 조사해야 할 인원이 서너명 되기에, 총 400~500명이 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한두 사례로 쉬쉬하면서 이뤄진 것이 아니다. 선관위 전반에 걸쳐 이런 행태가 일상화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안에서부터 곪아 있으니 지난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당시 코로나19 확진자 투표를 위한 전대미문의 ‘소쿠리 투표’를 계획하고도 스스로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선관위는 유구무언(有口無言)이다. 국가 헌법기관임을 내세우며 감사원 감사를 거부하고, 독립성과 공정성을 말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권익위 조사에도 비협조적이었다고 한다. 권익위는 보도자료에서 “선관위의 자료 비협조로 비공무원 채용 전반, 공무원 경력채용 합격자와 채용 관련자 간 가족관계나 이해관계 여부 등은 점검할 수 없었다. 부정합격의 책임 소재나 특혜 여부는 수사기관 수사를 통해 밝혀질 예정”이라고 했다.
검찰은 권익위의 검찰 고발과 수사 의뢰 사안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특혜채용에 관여한 선관위 관계자는 엄벌하고 특혜채용 당사자에게도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공무원 채용의 공정성은 우리 사회에서 국민이 기대하는 가장 기본적인 신뢰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우승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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