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금류 결정적 장면…석양 때 바람 등지고 매를 기다리다

김진수 기자 2023. 9. 13.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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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지깃을 활짝 펼치며 암컷이 내려오자 갈대숲 사이에서 수컷이 날아올랐다 . 갈대숲에 둥지를 짓고 교대로 알을 품는 중이다.

강한 바람 때문에 마치 새들이 하늘에 매달린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수리과 맹금류 중 개구리매(Geranospiza속)의 영어 이름은 '해리어'(Harrier)다.

잿빛개구리매의 사냥 장면을 찍을 때도 최대 관건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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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버드]바람 방향으로 앉았다 날아오르는 맹금류, 국내선 겨울 충남 천수만 등에서 개구리매 3종 관찰할 수 있어
개구리매(천연기념물 제323-3호)는 다른 개구리매류에 비해 몸집이 크고 날개도 넓은 편이다. 암수는 생김새가 다르다. 수컷(위 사진)은 흰색 몸에 머리와 가슴, 몸 윗면과 날개 끝이 검고 가슴에 검은색 줄무늬가 있다. 둥지에서 알을 품는 암컷(아래 사진)은 보호색을 가지고 있다. 몸은 붉은빛을 띠는 갈색에 머리와 가슴에 줄무늬가 있다.

꽁지깃을 활짝 펼치며 암컷이 내려오자 갈대숲 사이에서 수컷이 날아올랐다 . 갈대숲에 둥지를 짓고 교대로 알을 품는 중이다. 갈색 깃을 가진 암컷은 한눈에 봐도 검은 수컷보다 크다. 2023년 봄 몽골 헨티 아이막(우리나라의 도에 해당하는 몽골 행정구역)의 빈데르 마을 주변 습지에 번식 중인 개구리매(천연기념물 제 323-3 호) 한 쌍이 모습을 드러냈다. 몸집에 비해 긴 날개를 너풀거리며 하늘을 나는 새는 연신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사냥감을 찾고 있었다. 날개를 치켜든 채 브이(V) 자 모양으로 갈대밭 위를 활강하기도 한다.

너풀너풀 날아도 사진 촬영이 수월하지는 않다. 경계심이 강한 맹금류는 사람보다 시력이 훨씬 좋고, 천적을 가까이 두지 않으려 한다. 때마침 불어온 강풍의 도움을 받아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날 때 양력을 이용하는 새는 본능적으로 바람 방향으로 앉았다 날아오른다. 바람을 등진 채 기다리면 맞바람에 몸을 띄운 새가 먹이를 쫓아 가까이 다가오기도 한다. 맹금류 사진을 찍는 데 결정적 순간이다. 물론 바람 세기가 강할수록 새는 날갯짓 속도를 높일 수 없다. 강한 바람 때문에 마치 새들이 하늘에 매달린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수리과 맹금류 중 개구리매(Geranospiza속)의 영어 이름은 ‘해리어’(Harrier)다. 영국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수직 단거리 이착륙형 전투공격기가 같은 이름을 쓴다. 습지의 갈대밭 위를 낮게 날아다니다 공중에서 멈춰 땅 위의 먹이를 사냥하는 모습이 수직이착륙기의 기동 방식과 닮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영국은 자국이 만든 비행기에 맹금의 이름을 붙인다. 미국에서 도입해 우리나라가 운용하는 전투기 에프 -16 의 이름은 ‘팔콘 ’, 우리말로 매다. 시속 300㎞ 로 날아 먹이를 낚아채는 매처럼 최고의 공중 사냥꾼이라는 의미다. ‘ 이글’은 검독수리와 흰꼬리수리 같은 대형 수리류에서, 미 해병대의 수직 이착류기 ‘ 오스프리’는 물수리에서 이름을 따왔다.

개구리매류인 개구리매와 알락개구리매(천연기념물 제 323-5 호), 잿빛개구리매(천연기념물 제 323-6 호) 3 종을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다. 모두 월동하거나 드물게 통과하는 나그네새로 알려져 있다. 이 중 겨울에 충남 천수만이나 경기도 화성 화옹호 간척지에 가면 월동 중인 잿빛개구리매를 볼 수 있다. 사람 키만큼 자란 갈대밭과 논두렁 위를 느릿느릿 날며 먹이를 찾아나서곤 한다.

잿빛개구리매의 사냥 장면을 찍을 때도 최대 관건은 바람이다. 바람을 등지고 기다리면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사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겨울에 새를 찍을 때는 어려운 점이 하나 더 있다. 석양이 질 무렵에야 비로소 새들이 활발하게 사냥에 나선다는 점이다. 바람 방향마저 자주 바뀌는 날은 마치 적벽대전을 앞두고 동남풍을 기다리는 장수의 처지가 된다. 겨울에는 해 지는 시간이 짧아 석양 아래서 맞바람이 불어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이 더욱 간절해질 수밖에 없다.

헨티 아이막(몽골)=사진·글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암컷이 소리를 내며 둥지로 날아들자 알을 품던 수컷이 갈대숲에서 날아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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