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일본 보수의 후퇴와 기시다 정권의 신뢰
윤석열 정부 탄생 이후 1년 동안 한일관계는 많이 회복됐다. 정치 지도자들의 판단과 지도력이 가져온 결과다. 어떻게 지도자가 어려운 한일관계를 회복시킬 수 있었는가? 결과적으로 보면 정책실무팀의 실력이 빛났다. 연구자 입장에서 정책의 결과를 설명해 보면, 우리 정부가 일본정치 상황을 잘 이해하고 정책을 전개했기 때문이다. 즉 역사·문화적 접근을 후순위로 하고 안전보장과 외교협력을 먼저 선택하는 정책을 전개한 결과다.
일본에서는 아베 제2차 정권부터 역사·문화를 강하게 주장한 보수우익들이 점점 약화되기 시작하고 보수층의 분열이 진행됐다. 그리고 일본의 국제적인 지위를 향상시키면서 국익을 증대시키는 일반적인 보수층들의 목소리가 강해지지 시작했다. 이런 상황을 우리 안보팀이 포착한 것이다.
이러한 때 아베 전 총리가 괴한의 총탄으로 사망했다. 최근 아베 사망 1주기를 맞아 아베 정치의 ‘교훈’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는 일본에서 별로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보수층이 분열 중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향후 기시다 정권의 향방과도 관계가 있어 주목된다.
그동안 절대적으로 아베를 지지하던 지지층들은 두가지 부류였다. 역사·문화적 보수층과 국력 중시형 보수층이다. 그런데 아베 1차 정권에서는 국력형 보수가 우위를 차지하다 아베 총리가 사임하고 이어 사망했다. 이처럼 아베 생존 시 보수층이 하나로 뭉치는 듯했으나 아베 사망 후 분열됐고 현재는 보수의 논객들도 약화된 상태다.
기시다 정권에서는 일본의 국제적 지위를 향상시켜 국력을 강화시키자는 보수들이 전후 역사관 ‘탈각’을 주장하는 보수들을 압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기시다 정부는 국력중시형 보수들의 지지와 목소리가 커지면서 한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했다. 최근 아베 1주기를 맞아 아베파(安倍派)는 무기력함에서 벗어나 파벌의 운영을 둘러싸고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흐름은 자민당과 기시다 총리에게도 영향을 줄 것이다. 또한 기시다 정치의 향방과 관련해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럼 서서히 리버럴(liberal) 기시다의 정치가 진행될 것인가? 기시다 총리는 아베 정치로부터 ‘탈각’해 자신의 정치를 보여주어야 한다. 핵심은 새로운 자본주의와 경제 안전보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안전보장과 외교팀의 활약은 효과를 내기에 충분했다. 안보 중심의 한미일 협력과 한일 협력을 선택했기 때문이고, 이는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 문제는 아베파의 정상화가 어떻게 진행되고, 기시다 내각이 어떻게 개조될 것인가? 그리고 일본의 국회 해산 이후 일본의 정치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등등이 관건이다. 향후 한일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려면 다음과 같은 사항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먼저, 우리는 일본의 대응과 달리 국력중시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문화·역사적으로 접근하는 순서로 향후 정책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기시다 정부의 정책은 국력형 보수층들의 지지를 받아 우리는 일본의 학계나 민간 등과 문화교류 및 역사문제를 둘러싼 교류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기시다 총리의 지지층은 대체로 리버럴과 국력형 보수들이 중심을 이룬다. 기시다 2차 내각 이후 한일 양국 간 경제교류와 경제질서 안정화, 안전보장 관계가 촉진되어 간 것은 기시다 정권이 목표로 한 정권의 안정성과 정책의 정체성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따라서 우리도 국익을 중시하면서 셔틀외교와 경제교류, 기술혁신 등을 통한 경제성장 전략을 전개해야 한다.
이제 과거 아베파들의 역사 수정주의적인 태도는 국제적으로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려워졌다. 따라서 우리는 리버럴한 성향의 기시다와 협력관계를 구축해 기시다가 추구하는 정책과 대화하면서 장기적인 협력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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