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122구 투혼' AG 앞둔 나균안, 9G 연속 '무승'→개인 최다 투구 6일만에 또 경신 [부산리포트]

김영록 2023. 9. 1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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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투수들은 잘 던져서 위안이 된다."

롯데 나균안은 박세웅과 함께 다가오는 항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됐다.

3회까지 롯데가 0-2로 뒤처진 가운데 나균안의 투구수는 무려 61구.

하지만 이 감독대행은 나균안을 믿었고, 나균안은 그 신뢰에 보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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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부산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NC의 경기, 롯데 선발 나균안이 NC 5회초 2사 만루에서 서호철을 삼진으로 잡으며 이닝을 마치고 있다. 부산=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2023.09.12/

[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선발투수들은 잘 던져서 위안이 된다."

이종운 롯데 감독 대행의 답답한 속마음이 진하게 담긴 말이다.

롯데 나균안은 박세웅과 함께 다가오는 항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됐다. 투수 전향 4년차, 1군 마운드에 오른지는 3년만에 이뤄낸 쾌거다. 나균안 스스로도 "투수로 태극마크를 달게 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고 말할 정도다.

롯데는 9월 들어 치른 '지옥의 9연전'에서 4승5패로 비틀거리던 상황. SSG 랜더스가 추락하고, NC 다이노스와 KIA 타이거즈가 약진하면서 5강권과 하위권의 차이는 점점 벌어졌다. 전날까지 롯데는 5위 SSG에 무려 8경기 뒤진 7위. 가을야구의 꿈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

나균안은 1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NC전에 선발 등판했다.

최근 들어 반즈와 윌커슨 두 외인 투수가 이끈 롯데 선발진의 분투에 일익을 담당했다. 8월 이후 반즈(7경기 43⅔이닝 1.85) 윌커슨(8경기 49⅔이닝 1.99)의 호투가 팀을 깨웠다. 나균안도 부상 복귀 이후 3경기에선 18이닝을 책임지며 평균자책점 2.50을 기록중이었다.

하지만 터지지 않는 타선에 아쉬움이 컸다. 9월 9경기 중 6점 이상을 따낸 경기는 단 1경기 뿐이다.

이날도 비슷한 양상이 펼쳐졌다. 나균안은 1,2회 각각 1점씩을 내주는 등 초반부터 늘어난 투구수에 고전했다. 3회까지 롯데가 0-2로 뒤처진 가운데 나균안의 투구수는 무려 61구. 반면 신민혁은 단 29구로 롯데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있었다.

12일 부산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NC의 경기, 롯데 선발 나균안이 NC 5회초 2사 만루에서 서호철을 삼진으로 잡으며 이닝을 마치고 있다. 부산=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2023.09.12/

나균안은 5회 들어 손아섭 박민우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해 무사 1,3루 위기를 맞이했고, 박건우의 내야땅볼로 3점째를 내줬다. 다음 타자 마틴에겐 우익선상 2루타까지 허용하며 1사 2,3루. 경기전 이 감독대행이 "우리에겐 내일이 없다. 매경기 최선을 다하다"고 강조했음을 감안하면 투수가 바뀔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이 감독대행은 나균안을 믿었고, 나균안은 그 신뢰에 보답했다. 이어진 1사 만루에서 오영수를 삼진, 서호철을 낫아웃 상황에서 홈터치아웃으로 막아냈다. 이어 6회에도 똑같이 손아섭 박민우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며 2사 1,2루가 됐지만, 박건우를 잡아내며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완성했다.

이날 나균안의 투구수는 무려 122구. 투수 전향 이후 개인 최다 투구수였던 115구(9월 6일 울산 삼성전, 6이닝 1실점 무자책)를 단 1경기 만에 뛰어넘었다.

12일 부산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NC의 경기, 롯데 선발 나균안이 6회초 2사 1,2루에서 박건우를 뜬공 처리하며 이닝을 마치고 있다. 부산=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2023.09.12/

투수 본인의 의지를 존중한 결과다. 나균안은 삼성전 직후 인터뷰에서도 "코치님이 교체를 권하셨어도 내가 6회까지 책임질 생각이었다. 1주일에 한번 나가는 선발투수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시즌 내내 거듭된 무리에 김상수 구승민 등 불펜을 책임지던 베테랑들이 차례로 부상을 겪었거나 진행중이다. 지난해 불펜투수로도 적지 않은 이닝을 책임졌던 나균안이 부채감을 느낄 법한 시즌이었다. 대표팀에서 맡게 될 보직은 알수 없지만, 지금은 엄연한 롯데 투수다.

다만 터지지 않는 타선은 아쉬웠다. 나균안은 0-3으로 뒤진 6회초 수비를 마치고 김진욱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최근 9경기에서 승리 없이 5연패 중이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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