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메이크는 백호처럼…더 짜릿한 '엘리베이터'[TF초점]
박진영 '엘리베이터'와 백호의 '엘리베이터' 뭐가 다를까
[더팩트 | 정병근 기자] 리메이크가 넘쳐나 특별할 것도 없는 요즘 가요계에서 백호의 '엘리베이터'는 단연 눈에 띄는 흥미로운 시도이자 변주다. 과거와 오늘날의 감각을 모두 포용해 누군가에게는 향수를, 또 누군가에게는 신선한 자극을 선사한다.
뉴이스트 메인 보컬 출신 백호는 지난달 31일 디지털 싱글 '엘리베이터'를 발표했다. 박진영이 지난 1995년 발표한 '엘리베이터'가 2023년 세상에 다시 울려퍼진 것. 백호는 원곡이 갖고 있는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잘 살리면서 새로운 매력을 더했다. 퍼포먼스도 원곡의 포인트 안무를 오마주했다. 안무 그 자체를 가져오기보다는 도입부의 느낌을 살렸다. 섹시해야겠다고 의도하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섹시함이 베어나온다.
'엘리베이터'는 박진영에게 '야한 남자'라는 별명을 안겨준 노래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우린 사랑을 나누지'라는 후렴구 가사 자체도 섹슈얼한 뉘앙스를 풍기는데 박진영은 여성 댄서와 관능적인 페어 안무로 섹슈얼한 무드를 표면에 드러냈다. 현 시대를 기준으로도 파격적이고 센세이션한 곡이다. 덕분에 시대를 타지 않는 명곡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때문에 선뜻 리메이크하기도 어려운 노래다.
그런 '엘리베이터'가 리메이크됐다. 그것도 아이돌 출신인 백호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이 더 흥미롭다. 박진영과 백호의 '엘리베이터'는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비슷할까.
박진영의 '엘리베이터'는 "우리는 느꼈어 / 새로운 사랑의 시작을 우린 느꼈어…그녀가 먼저 살며시 내게 기댔어 / 와 두 뺨에 흐르는 눈물"이라며 말하는 듯한 빠른 랩으로 청자와 대화하듯 노래를 끌고 간다. 백호의 리메이크는 박력 넘치는 보컬과 자신감 있는 추임새로 가사 구성을 간결하게 해 "문이 열리고 Umm / 심장이 내려앉지 / 눈이 마주치면 Boom! / 터져야 당연하지"라며 멜로디 위주로 소리를 뻗어낸다.
박진영의 '엘리베이터'가 쏟아지는 랩으로 상대와의 작은 순간조차 놓치지 않고 설명한다면 백호의 '엘리베이터'는 상대의 마음을 이미 확신한 듯 강렬하고 간결한 낱말로 이야기를 펼친다. 박진영의 '엘리베이터'가 구체적인 상황 묘사를 하는 반면 백호의 '엘리베이터'는 이를 압축해 분위기를 전달하는데 집중한다.
백호 표 '엘리베이터'의 핵심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 우린 사랑을 나누지 / 그 누구도 모르게 /비밀스러운 사랑을 / 엘리베이터 안에서 / 우린 사랑을 나누지 / 지하에서 위층까지 / 벨이 울릴 때까지"라는 원곡의 후렴을 보존하고 나머지 것들은 덜어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4분 20초였던 원곡 타임라인이 백호 버전에선 2분 43초로 줄었다. '엘리베이터'의 가장 큰 매력인 후렴구가 더 부각되면서 2분 43초가 쏜살같이 지나간다.
랩 부분을 상당히 덜어내고 빈자리를 보컬로 채우면서 곡의 내용도 조금 달라졌다. 원곡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둘만의 은밀한 사랑을 나누는 것이었다면, 백호가 재해석한 '엘리베이터'는 사람들이 꽉 찬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누는 더 짜릿한 사랑이다.
랩 대신 채워넣은 간결한 멜로디는 대중적인 코드로 전개돼 후렴 못지않게 중독적이다. 곡 길이가 짧고 후킹한, 오늘날 청자들의 니즈를 잘 살린 리메이크다. 특히 짧은 타임라인 안에 백호가 내는 목소리는 시시각각 변주된다. 목을 긁으며 거친 음을 내다가도 귓가에 속삭이듯 간지러운 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러다가 폭발적인 고음으로 인상적인 하이라이트를 완성한다.
X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향수를 자극할 원곡의 특징적 매력도 가득하다. 후렴구 외에도 퍼포먼스와 의상 등 시각적인 요소에서 원곡을 오마주해 원곡자에게 존경을 표한다. 후렴구 안무에서 양팔과 머리를 좌우로 흔드는 원곡 퍼포먼스의 재연, 음악방송에서 백호가 입고 나온 검은색 민소매 크롭 상의 등이 그것이다. 안무 전반도 올드스쿨 느낌으로 구성해 이미지적으로 박진영의 그 시절을 떠오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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