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정상, 우주기지·전투기공장서 만난다…군사협력 강화 예고
북러 밀착·무기 거래 우려하는 서방 고민 한층 깊어질 듯
(블라디보스토크·서울=연합뉴스) 최인영 최수호 특파원 이상현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만남의 장소로 러시아 우주기지와 전투기 공장이 유력해지면서 이번 정상회담이 양국 군사 협력 확대·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일본 교도통신은 러시아 당국 소식통을 인용해 그간 베일에 싸였던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대면 장소가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에 있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가 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두 정상이 회담 뒤 인근 하바롭스크주 산업도시 콤소몰스크나아무레에 있는 수호이 전투기 생산 공장도 방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 역시 이날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EEF) 본회의에서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방문 계획을 언급, 이곳이 정상회담 장소가 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은 푸틴 대통령 일정과 김 위원장 전용 열차 동선 등을 고려할 때 오는 13일에 열릴 가능성이 가장 크다.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러시아가 임대 사용 중인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2012년부터 건설했다. 2016년 4월 첫 위성 발사로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한 최신·최첨단 시설이다.
한 마디로 지난 수십 년간 로켓·인공위성 등 우주기술 분야에서 미국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해온 '우주 대국' 러시아를 상징하는 장소다.
한미일 등 서방을 겨냥한 핵 위협 능력 강화를 위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우주 발사체 개발에 국력을 집중해온 북한으로서는 러시아에서 가장 군침 도는 자산이 잔뜩 쌓인 '보물창고'인 셈이다.
북한은 특히 지난 5월과 8월 연이어 군사 정찰위성 1호기 발사에 실패한 뒤 내달 3차 시도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상황이어서 위성 발사 등 우주기술 확보가 한층 절실한 입장이다.
이런 와중에 북러가 4년여만의 정상회담 장소로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택한 것은 우주기술 중심의 양국 군사 협력 의지를 대외에 각인시키는 상징적 조치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두 정상이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 이어 함께 방문할 예정인 콤소몰스크나아무레 역시 양국의 군사 분야 협력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
'아무르강 위에 위치한 콤소몰스크 마을'이라는 뜻을 가진 이 지역은 제강, 정유, 조선, 목재 가공업 등이 발달한 산업도시다.
이 도시의 '유리 가가린' 전투기 공장에서는 수호이(Su)-27, Su-30, Su-33 등 옛 소련제 전투기와 2000년대에 개발된 4.5세대 다목적 전투기 Su-35, 2020년 실전 배치된 첨단 5세대 다목적 전투기 Su-57 등을 생산한다. 민간 항공기도 제조한다.
러시아가 서방 제재로 유지·보수에 어려움을 겪는 외국산 항공기를 대체하기 위해 자국산 부품만으로 개발, 지난달 첫 시험비행에 성공한 신형 여객기 '수호이 슈퍼젯-뉴'도 이곳에서 만들어졌다. 또 잠수함 등 군함 건조를 위한 조선소도 있다.
이런 환경 덕분에 콤소몰스크나아무레는 보스토니치 우주기지와 함께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만날 최적의 장소 중 하나로 꼽혀왔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러에 김광혁 공군사령관과 김명식 해군사령관이 동행한 것도 전투기 생산 공장 시찰 등 일정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최근 '전술핵공격잠수함'을 전격 공개하는 등 한미일 협력에 대응해 해군력 증강에 몰두하고 있으며, 미국 폭격기·정찰기의 한반도 전개에 대해서도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또 김 위원장 개인적으로도 이 도시 방문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하바롭스크는 그의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실제 고향이자 김정은의 조부인 김일성 주석이 '88여단'으로 활동한 지역이기도 하다.
김정일도 2001년과 2002년 콤소몰스크나아무레를 다녀갔다. 그는 2002년 8월 21일 이 도시에서 유리 가가린 전투기 공장과 아무르 조선소 등을 시찰했다.
이에 따라 김정은 위원장은 21년 만에 이 도시를 다시 찾는 북한 지도자가 된다.
앞서 이달 초 서방은 김 위원장이 이달 10∼13일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무기 거래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양국은 군사 협력 확대 방침은 인정하면서도 북한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사용할 수 있는 무기를 러시아에 공급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근거가 없다"고 일축해 왔다.
하지만 러시아의 강점이자 북한이 필요성을 느끼는 첨단 군사 기술이 집약된 장소 2곳에서 4년여 만에 두 정상이 손을 맞잡을 예정이어서 북러 간 군사 밀착을 우려하는 서방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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