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0㎞ 떨어진 우주기지 띄우자, 김정은 ‘레드카펫’ 영상 공개…‘포탄’ 주고 ‘위성’ 받나
사흘 후 러시아 국방장관 면담
극동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첨단 우주’
北 정찰위성·핵잠·포탄 담당자 동행
재래식 무기 주고, 러시아 위성 기술 전수
북한과 러시아 정상회담이 당초 예상을 뒤엎고 러시아 극동의 아무르주(州)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릴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행보가 러시아 관료의 텔레그램으로 공개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당초 행선지로 알려졌던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쪽으로 1000㎞ 떨어진 곳이고, 평양에서는 철길로 2300㎞가 걸리는 먼 곳이다.
12일 다수의 러시아 매체는 김정은이 오는 13일 푸틴 대통령을 만나고, 16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과 회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 알렉산더 코즐로프 천연자원부 장관이 이날 연해주 하산역에서 김정은을 만나는 영상을 텔레그램으로 공개한 직후에 이런 소식이 전해졌다.
최고 지도자의 동선 노출에 예민한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이 지난 10일 평양에서 출발했다는 보도 외에 세부 상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 매체에 따르면 김정은을 태운 열차는 하산 역을 통과해, 우수리스크에서 기관차 승무원을 교체한 후 서쪽으로 출발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교도통신은 러시아 당국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은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두 정상이 회담한다고 보도했다. 이날 극동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고 있는 동방경제포럼(EEF) 본회의에 참석한 푸틴 대통령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방문 계획이 있다고 언급했다.
러시아어로 ‘동쪽’이란 뜻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평양에서 철길로 최소 2300㎞를 달려야 하는 먼 거리다. 김정은을 태운 전용 열차인 태양호가 시속 50~60㎞로 달리는 것을 감안하면, 3박 4일을 쉬지 않고 꼬박 달려야 한다. 러시아 수도인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8000㎞, 한반도에서 북쪽으로 730㎞ 떨어져 있다.
김정은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도 북서쪽으로 1500㎞ 이동해야 나올 정도로 깊은 내륙으로 이동하는 이유는 이번 정상회담의 성격이 ‘무기 거래’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김정은과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전투 중인 러시아군에 북한 탄약을 공급하는 것을 논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은 수행단엔 북한 외교 사령탑인 최선희 외무상을 비롯해 군 서열 1~2위 인사인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박정천 당 군정지도부장 등 군 핵심 간부들이 대거 포함됐다. 또 재래식 포탄 생산 담당자인 조춘룡 당 군수공업부장, 박태성 노동당 비서(정찰위성 담당), 김명식 해군사령관(핵추진잠수함 개발 책임자) 등 군부 실세들도 다수 동행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재래식 무기를 러시아에 건네주면서, 첨단 위성 기술 전수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보스토치니는 러시아가 수조 원을 투자해 지은 우주 기지로, 러시아의 첨단 우주산업을 대표하는 장소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2016년 4월 28일 이 우주기지의 제1 발사대에서 위성들을 실은 소유즈 로켓을 처음으로 쏘아 올렸다.
푸틴 대통령이 직접 이 우주기지를 방문해 첫 로켓 발사 장면을 지켜봤고, “러시아는 우주 발사 부문에서 세계의 선두”라고 자평한 곳이기도 하다. 나아가 이곳은 우주기지를 짓기 전인 지난 2007년 폐쇄된 러시아 전략로켓군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군사기지였다. 김정은이 정찰위성 발사 기술을 러시아로부터 전수받는 최적의 장소라는 뜻이다.
다만 김정은의 종착지가 보스토치니가 아니라 하바롭스크일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하바롭스크는 아버지 김정일이 2001년과 2002년 두 차례 찾은 지역이다. 러시아 언론은 “하바롭스크 지방정부가 도로 맨홀을 용접하고 과속방지턱을 없애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주 기지’ 보스토치니는 러시아가 현재 시점에 국제적으로 자랑스럽게 내세울 만한 장소는 아니기도 하다. 최근 달 남극을 목표로 보스토치니에서 발사한 러시아 무인 탐사선 ‘루나 25호’가 착륙 이틀 전에 달 표면에 충돌해 추락했다. 소련 시절 인류 최초로 우주 비행에 성공한 러시아가 달 착륙에 실패하자 외신들은 “냉전 시대 이후 러시아의 우주 기술이 쇠퇴했다”고 보도했다.
옛 소련이 1957년 인류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와 1961년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을 탑승한 보스토크 1호를 발사한 우주기지는 카자흐스탄의 바이코누르 우주기지다. 바이코누르 우주기지는 옛 소련의 소유였지만 1989년 카자흐스탄 독립하면서 카자흐스탄 소유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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