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대한민국 국민인데요!”[한국에 살아보니/아만울라]

아만울라 다문화강사·전문통역사 2023. 9. 12.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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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출신인 필자는 2013년 대한민국에 첫발을 내디뎠다.

유학 생활을 마치고 나서 본국으로 돌아갈 계획이던 이방인이었지만, 귀화해 한국의 구성원이 됐다.

얼마 전 귀화한 몽골 친구와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갔는데 종업원은 필자가 하는 주문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옆에 있는 '한국인처럼 생긴' 몽골 친구에게만 "뭐 도와드릴까요?"라고 물어보았다.

물론 귀화 외국인들에 대한 이런 한국인들의 태도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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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출신인 필자는 2013년 대한민국에 첫발을 내디뎠다. 유학 생활을 마치고 나서 본국으로 돌아갈 계획이던 이방인이었지만, 귀화해 한국의 구성원이 됐다. 지금 한국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은 그 어느 한국인 못지않다.
아만울라 다문화강사·전문통역사
그러나 필자는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한국 국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험을 자주 겪는다. 최근 제주도에 출장 갈 때의 일이다. 공항에서 한국인 전용 수속 통로에 줄을 섰는데 직원이 필자를 향해 “저기요! 외국인 전용 통로를 이용하세요”라고 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외국인이 보이지 않았다. 필자를 향해 한 말이었다. 직원에게 “전 한국인인데요”라고 말하면서 신분증을 보여주자 그 직원은 당황해하며 사과했다.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다. 얼마 전 귀화한 몽골 친구와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갔는데 종업원은 필자가 하는 주문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옆에 있는 ‘한국인처럼 생긴’ 몽골 친구에게만 “뭐 도와드릴까요?”라고 물어보았다. 커피를 마시러 갔다가 카페 직원이 “아아 한 잔, 테이크아웃요” 하는 내 유창한 한국말을 듣고 깜짝 놀란 적도 있다. 이럴 땐 속으로 외치곤 한다. ‘저도 한국인인데요!’

물론 귀화 외국인들에 대한 이런 한국인들의 태도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역으로 한국인이 필자에게 다가와 ‘저 파키스탄 사람입니다’라고 말하면 필자도 놀랄 것 같다. 여전히 한국인들에게도 이곳에서 나고 자란 ‘순수 한국인’이 익숙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재한 외국인들과 한국에 귀화한 이들의 수가 손에 꼽힐 정도로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국에 관심을 가지고 여기에서 쭉 살 각오로 열심히 한국어를 공부해 귀화하려는 젊은 외국인이 급증하고 있다. 정부도 외국 우수 인재와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여러 우호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이들이 대한민국에서 영주 및 귀화할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인구절벽의 위기에 선 한국의 입장에서도 이런 젊은 외국인들의 영주와 귀화는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한국 사람들은 외국인들에 대해 ‘이방인’이라는 인식을 강하게 갖고 있다. 언젠가 이들이 대한민국을 떠날 사람이라고 여기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한 여론 조사에서 재한 외국인 중 83% 이상이 여기에서 평생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제는 재한 외국인들에 대한 이방인의 선입견을 버리고 이들에게 익숙해져야 할 때다. 개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한국 정부의 과제도 크다고 본다. 정부에서 재한 외국인들에 대한 우호적인 정책을 펼치는 한편 한국에 귀화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 영화를 독려하고, 공익광고 등을 만들어 재한 외국인들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한다. 귀화 외국인들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면 피상적인 정책에 그칠 게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융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생김새가 다른 이들도 대한민국의 국민일 수가 있고, 한국어가 조금 어눌한 이들도 대한민국의 국민일 수가 있다. 그런 생각이 널리 널리 확산됐으면 한다.

아만울라 다문화강사·전문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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