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은행만 배불려줬나…글로벌기업 부채 금융위기때의 2배

이승훈 특파원(thoth@mk.co.kr) 2023. 9. 12.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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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케이, 전 세계 7700개 기업 대상
코로나 후 금리 상승세로 돌아서며
올해 2분기 기업들의 부채 잔액은
13조 달러 기록...2008년의 두 배
2분기 이자지급액은 1250억 달러
전년 동기 대비 약 20% 가량 증가
[사진 = 연합뉴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 주요 기업의 부채가 약 두 배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세계 주요국가가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이들이 내야하는 이자부담도 꾸준히 커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QUICK·팩트세트의 데이터를 집계한 결과 전 세계 7689개 기업(금융사 제외)의 올해 2분기 부채 잔액은 12조758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 4분기의 6조6000억 달러보다 두 배에 가까운 92% 증가한 숫자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각국 정부는 전 세계적인 신용경색에 대응하기 위해 중앙은행 기준금리를 경쟁적으로 낮췄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2008년 12월 금리를 0% 가까이 떨어뜨리며 사실상 제로금리 정책을 펼치기도 했다. 한국도 당시 5.25%이던 기준금리를 2%까지 떨어뜨리며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폈다.

이러한 정책의 영향으로 기업들의 채무는 꾸준히 증가했다. 금리가 낮기 때문에 차입을 통해 투자를 하거나 인수·합병(M&A)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확장 공세를 이어간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 사태 3년을 지내면서 기업들의 부채는 또다시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금리가 낮은데다 미래를 예측하기 힘든 기업들이 차입을 통해 적극적으로 현금유동성 확보에 나섰기 때문이다.

기우치 토모히대 노무라종합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 부채가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는 가계부채가 문제가 됐다면 지금은 기업 부채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급격히 늘고 있는 이자부담도 기업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서 기업 채무는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각국의 금리 인상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인터콘티넨탈익스체인지(ICE)가 산출하는 전 세계 투자적격채권 금리는 2021년 말 1.9%에서 현재 5.4%로 높아졌다. 차입자의 재무상태가 취약한 저등급 채권도 같은 기간 5%에서 8.7%로 상승했다. 은행 대출 등의 기준이 되는 미 달러화 담보부 익일물 조달금리(SOFR)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현재 5%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약 7700개 기업의 올해 2분기 이자지급액은 약 125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0% 증가했다. 특히 최근에는 5분기 연속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제로금리 정책을 이어가고 있는 일본이지만 외화부채가 많은 기업들의 경우 금리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기업 2300곳의 2분기 이자지급액은 9607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다. 이자비용이 3.3배 늘어난 섬유업체 테이진은 “미국-유럽의 금리 상승의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미국 S&P 글로벌에 따르면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의 부채 중 50% 정도는 레버리지론 등 변동금리 부채가 차지하고 있다. 영업이익이 높지 않고 현금 유동성이 좋지 않은 기업의 경우 금리 상승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그대로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무디스 조사에 따르면 2분기 세계 채무불이행(디폴트)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한 48건으로 3년 만에 가장 많았다.

기우치 이코노미스트는 “기업 부문의 금리 민감도가 개인보다 낮기 때문에 경기 둔화는 리먼 사태 때보다 완만하게 진행되는 만큼 기간은 길어지기 쉽다”며 “미국에서 기업 부채가 문제가 된 1980년대에는 10년 동안 침체가 지속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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