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무승' 인터뷰만 화려한 클린스만, 이젠 축구로 답할 때...그냥 승리론 부족하다
[OSEN=고성환 기자] '5전 6기' 클린스만호가 다시 한번 첫 승 사냥에 나선다. 다만 이제는 단순한 승리만으로 팬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타이밍은 한참 전에 지났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3일 오전 1시 30분(한국시간) 영국 뉴캐슬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9월 A매치 두 번째 평가전을 갖는다.
벼랑 끝 승부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3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지만, 아직도 승리가 없다. 5경기에서 단 4골만 득점하며 3무 2패에 그치고 있다. 이강인을 제외한 유럽파가 총출동한 지난 8일 웨일스전에서도 답답한 경기 끝에 0-0으로 득점 없이 비겼다.
역대 한국 대표팀 사령탑 중 최악의 출발이다. 한국이 지난 1992년 김호 감독을 선임하며 전임 감독제를 실시한 지 31년간이 흘렀지만, 그간 부임 후 첫 5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한 감독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4번째 경기에서 첫 승을 거뒀고, 홍명보 감독과 신태용 감독도 5번째 경기에서는 승리를 따냈다.
승리는 없지만, 논란은 많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진한 성적과 경기력 외에도 외유 논란, 웨일스전 직후 아론 램지와 유니폼 교환 등으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심지어 그는 최근 영국 현지에서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 도중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감독을 찾으면 된다. 상관없다. 나는 한국인들처럼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며 충격 발언을 터트리기도 했다.
그야말로 민심은 최악이다. 이미 팬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클린스만 감독의 고국 독일에서도 조롱 섞인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스포르트1'은 "이상한 클린스만의 이야기가 반복된다. 그는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서 재택근무 문제로 비판받고 있다. 이는 많은 독일 팬들에게 친숙하게 들릴 것"이라며 클린스만 감독의 재택근무 논란을 꼬집었다.
'베를리너 쿠리어'는 비판 수위를 높였다. 매체는 "클린스만 전 헤르타 베를린 감독이 역시나 한국에서 실패했다"라며 "그는 6달 만에 직업을 잃을 수 있다. 한국은 2020년 2월 비겁하게 사임했던 그를 겁도 없이 데려갔다. 그가 거둔 성적은 충격적"이라고 비웃었다.
정작 클린스만 감독은 아직 여유만만한 모습이다. 그는 웨일스전 무승부 뒤에도 "우리에게 매우 좋은 테스트였다. 나는 선수들이 보여준 것에 만족한다"라며 "이런 친선경기들은 이렇게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볼 수 있는 순간이다. 지난 3월 내가 첫 경기를 치른 뒤로 팀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라고 이해하기 어려운 발언을 내놨다.
하지만 이젠 정말로 기회가 많지 않다. 이미 아시안컵까지 클린스만 감독을 믿고 가도 되냐는 여론까지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다. 5전 6기로 승리를 따내지 못한다면 숱한 논란과 의심의 눈초리를 이겨낼 수 없다.
다만 단순한 승리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느덧 지휘봉을 잡은 지 6개월이나 된 만큼, 클린스만 감독이 어떤 축구를 추구하는지 그 색채가 조금은 드러나야 한다. 졸전 끝에 진땀승을 거둔다고 해서 여론을 뒤집을 수 있는 시기는 이미 오래전에 지났다.
사실 클린스만 감독이 자기만의 철학이 확고한 감독은 아니다. 그는 현역 시절 뛰어난 공격수였던 만큼 공격 축구를 좋아한다고는 말했지만, 그게 전부다. 바이에른 뮌헨이나 독일 대표팀을 이끌던 시절에도 전술 능력이 뛰어난 감독은 아니었다. 필립 람은 클린스만 감독 밑에서 제대로 된 전술 훈련 없이 체력 훈련만 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소한의 전술적 컨셉도 없이 한 팀을 이끌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론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6월 "‘내 축구가 이렇다’라기보다는 선수들이 어떤 성향을 갖고 있는지, 어떤 전략에 적합한지, 어떻게 해야 100%를 끌어낼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는 "어떤 축구를 하길 원하는지 물어보고 싶다"라고 반문하며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이 역시 일리 있는 말이다. 다만 클린스만 감독이 선수들을 제대로 사용하고 무언가 성과를 보여줬을 때 말이다. 그는 스스로 '워커 홀릭'이라 자칭하며 언제나 한국 축구를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정작 선수들 활용법을 보면 의문 부호를 지울 수 없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6월 안현범부터 시작해 이번 9월에도 이재성과 홍현석에게도 맞지 않는 옷을 입혀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 최근 이기제와 정승현 등 폼이 좋지 않은 K리거 기용은 차치하더라도 본인이 현장에서 직접 체크한 유럽파들의 강점도 전혀 살리지 못했다. 기본적인 빌드업이 실종됐고, 공격도 손흥민 개인 기량에 의존할 뿐이었다.
더 이상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다. 반년 정도면 경기장 밖에서 쏟은 노력이 어느 정도 경기장 위에서 나타나야 한다. 아직도 선수들을 파악하지 못했다면 그것도 그것대로 문제고, 만약 선수들 파악이 끝났음에도 이 정도 수준이라면 더 심각한 문제다.
이젠 클린스만 감독이 뛰어난 언변이 아닌 '축구'로 대답해야 한다. 클린스만 감독이 태극전사들과 함께 펼치고 싶은 축구는 대체 무엇일까. 그리고 다가오는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아니 2026 북중미 월드컵이 열리기 전에는 그 축구를 보여줄 수 있을까. 과연 클린스만 감독이 사우디 전에서 어떤 대답을 내놓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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