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산불은 미군 비밀병기 탓” 음모론 배후는 중국... AI도 동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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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 1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초대형 산불이 미군 비밀병기 때문에 일어났다는 음모론의 배후가 밝혀졌다.
NYT가 전한 미국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와 마이크로소프트(MS) 조사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미군의 에너지 무기 실험 때문에 하와이에 산불이 났다'는 허위 게시물 유포를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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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자국 이익 위주의 선동...'미국 겨냥' 이례적
"내년 미국 대선 개입 의지"...바이든 밀어내기?
지난달 초 1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초대형 산불이 미군 비밀병기 때문에 일어났다는 음모론의 배후가 밝혀졌다. 중국이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정부가 인공지능(AI) 이미지까지 활용해 가며 미국이 하와이 산불 주범이라는 정보 공작을 폈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I까지 동원...중국, 미국 겨냥 '가짜 뉴스' 개시
NYT가 전한 미국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와 마이크로소프트(MS) 조사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미군의 에너지 무기 실험 때문에 하와이에 산불이 났다’는 허위 게시물 유포를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글로벌 사이버 보안기업 ‘레코디드퓨처’가 지난달 핀터레스트, 픽시브, 레딧, 텀블러 등 다양한 웹사이트에서 ‘군사실험설’을 일관적으로 주장하는 글을 다수 포착했는데, 당시에도 중국의 소행이라는 게 유력한 가설로 제기됐다.
특히 거짓 주장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AI 등 첨단 기술도 동원됐다. 일부 사이트에는 마우이섬으로 추정되는 해변가에 수상한 빛이 번쩍이는 사진, 영상도 함께 올랐다. NYT는 “생성형 AI 프로그램으로 꾸며낸 가짜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영국 해외정보국(MI6)발 정보임을 자칭하는 시도도 있었다. 게다가 프랑스어, 독일어, 네덜란드어 등 31개 언어로 유통됐는데, 이 중에는 나이지리아 소수민족이 쓰는 ‘이그보어’, 남미 파라과이 원주민의 ‘과라니어’로 쓰인 게시글도 포함됐다. 전 세계로의 가짜 뉴스 확산을 노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중국이 미국을 겨냥해 음모론을 유포하는 건 상당히 이례적이다. 지금까지 중국은 국내 정책이나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주장을 옹호하는 등 주로 자국과 관련성이 큰 사안에 한해 여론 캠페인을 벌여 왔다. 다른 나라를 직접적으로 겨누진 않았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제는 ‘미국 내 분란·혼선’을 야기하려는 목적으로 중국이 허위 정보를 퍼뜨린 것이다.
이처럼 중국의 달라진 행태는 예사롭지 않다. 비슷한 움직임은 또 있다. 앞서 MS는 지난 7일 보고서에서 “중국 공산당이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해 정치적 내용의 영문 콘텐츠를 제작하고, 미국 유권자를 흉내냈다”고 밝혔다. 지난달 메타도 반미(反美) 메시지를 내는 등 중국 정부가 조종하는 유령 계정 7,000여 개를 적발해 삭제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차기 대선에서 바이든 밀어내려는 취지?
일각에서는 중국의 공작에 내년 미국 대선 개입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희귀 광물이나 첨단 반도체 수출을 틀어막는 등 대(對)중국 제재를 이어가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재선을 막으려 하는 게 아니냐는 뜻이다. 이 같은 허위 정보 유포는 러시아가 2016년과 2020년 미국 대선 당시 폈던 공작인데, 이제는 중국도 2024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허위 정보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셈이라고 NYT는 설명했다.
물론 하와이 산불 음모론을 믿는 인터넷 이용자는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그럼에도 가볍게 넘길 수만은 없는 이유는 미국 내 분란을 부채질하기 때문이다. 레코디드퓨처는 “내년 바이든 대통령의 유력한 맞수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 세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며 음모론 영상이 트럼프 전 대통령 선거구호인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와 ‘#트럼프’ 등의 해시태그를 달고 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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