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줄이고, 강성노조 득세하더니…유럽경제 이꼴났다
11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기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경제 성장률을 대폭 하향조정한 것은 EU 스스로 경기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점을 인정했다는 의미가 있다.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유례없는 금리 인상, 미국과 중국 사이 패권 경쟁 심화 등의 충격이 예상보다 컸다는 것을 자인했다는 얘기다. 최근 일련의 사태들을 통해 유럽 경제의 기초 체력이 생각보다 허약하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유럽 내부에서는 자성론이 제기되고 있다.
유럽의 쇠락은 최근 물가가 잡히고 경기도 호조세를 보이면서 경제 연착륙을 현실화하고 있는 미국과 비교되며 더욱 도드라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지난 7월 미국의 경제 성장률을 상향 조정했다. IMF는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4월 1.6%에서 7월 1.8%로 0.2%포인트 올렸다. IMF는 관련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하면서 긴축 통화정책의 필요성이 줄고, 내수가 다시 회복력을 보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 결과 유럽 국가들은 미국의 개별 주보다도 1인당 GDP가 낮아졌다. 유럽의 싱크탱크 ‘유럽국제정치경제센터’는 지난 7월 미국 각 주와 유럽 주요 국가들의 1인당 GDP 순위를 비교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미국 50개주 가운데 가장 가난한 미시시피주에 약간 앞섰다. 프랑스는 48위인 아이다호주와 49위인 아칸소주 사이에 위치했고, ‘유럽의 경제 심장’ 독일은 오클라호마(38위)와 메인(39위) 사이에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보도를 통해 “유럽이 가난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WSJ가 OECD 자료를 기반으로 자체 추산한 국가별 연 평균 임금을 보면 미국의 2019년 대비 지난해 임금 수준은 약 6% 증가했지만 독일과 이탈리아, 스페인의 임금은 같은 기간 3%, 3.5%, 6%씩 감소했다. 소비 지출 규모 역시 지난해 기준 미국의 경우 2008년 대비 55.32% 커졌는데, EU는 0.16% 지출이 증가하는 데 그쳤다.
유럽의 경기 부진은 낮은 생산성, 경직된 노사관계 등 구조적인 원인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노동 생산성 감소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WSJ는 “여가 시간을 더 중시하고 고용 안정성을 선호하는 고령화된 근로자들로 인해 생산성이 부진해졌다”고 분석했다. 유럽국제정치경제센터는 “제조업에도 IT 기술 등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은 미국과 달리 유럽은 생산성 증가율이 현저하게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유럽의 강력한 노조 문화와 근무시간 감소도 경기 둔화의 주요 배경으로 지목된다. WSJ는 “노동 생산성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노동조합의 위상은 오히려 강화됐다”고 꼬집었다. 독일 최대 노조는 올 11월 단체 협상을 앞두고 주 4일 근무제를 요구하고 있다. 핀란드 근로자들은 사측과 협상을 통해 언제라도 임금 삭감을 전제로 근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유럽 기업들이 신(新)기술 투자 등 ‘혁신’에 소극적이었다는 점도 지적된다. 프랑스 언론 르몽드는 지난 2000년 리스본 EU 정상회의에서 유럽 각국은 혁신을 장담했지만 2000년~2010년 당시 IT로 기술·산업 환경이 변화할 때 기수를 잡은 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등 미국 기업들이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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