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임금인상안' 현대차 노사 잠정 합의…정년연장은 불발
현대자동차 노사가 기본급 11만1000원 인상 등 역대 최고 수준의 임금 인상안에 잠정 합의했다. 1987년 노조 창립 이후 사상 첫 5회 연속 무분규 기록이다. 노조의 핵심 요구안 중 하나인 정년 만 64세 연장안은 끝내 수용되지 않았다.
현대차 노사는 12일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열린 21차 임단협 교섭에서 이동석 대표이사와 안현호 노조 지부장 등 노사 교섭위원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지난 6월 13일 임단협 상견례 이후 91일 만이다.
기본급과 성과급 모두 역대 최고 인상안이다. 잠정합의안에는 주요 내용은 기본급 4.8% 인상(11만1000원), 2022년 경영실적 성과금 300%+800만원, 세계 올해의 자동차 선정 기념 특별격려금 250만원, 2023년 하반기 생산·품질·안전 사업목표달성 격려금 100% 및 2023년 단체교섭 타결 관련 별도합의 주식 15주와 전통시장 상품권 25만원 지급 등이다. 지난해 대비 연봉인상률 12% 수준이다.
핵심 쟁점인 정년연장은 노사 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일단 봉합됐다. 내년 상반기까지 정년연장 관련 정부 정책과 사회적 인식변화에 따른 법 개정 등의 상황을 감안해 노사 협의 후 시행키로 했다. 현대차 노조는 만 64세 정년연장을 요구했다. 현재 현대차 정년은 만 60세다.
이에 따라 오는 13일 예정됐던 부분 파업 계획은 취소됐다. 잠정 합의안에 대해 노조는 오는 18일 조합원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합의안이 통과되면 현대차 임금협상은 완전히 마무리된다.
노사는 이번 잠정합의에서 '노사 미래 동반 성장을 위한 특별협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교섭에서 합의한 국내공장 미래 투자 관련 합의 사항 구체화와 연계, 국내공장을 중장기 미래사업 핵심 제조기지로 전환하기 위한 내용을 담았다.
회사는 전동화 전환, 차체 경량화를 위해 완성차의 알루미늄 바디 확대 적용을 추진하기로 했으며 이를 위해 첨단 대형 다이캐스팅 차체 제조 공법인 '하이퍼 캐스팅' 기술 내재화를 본격 추진한다. 이를 위해 노사는 기존 엔진, 변속기 공장의 유휴부지 등 적정 부지를 선정하고 제조경쟁력 등 제반 여건이 충족되면 2026년 양산에 적용키로 했다.
또 대량 생산·판매가 불가능해 기존 양산라인에서 생산할 수 없는 럭셔리 모델이나 리미티드 에디션 등 일부 차종의 개발, 소량 양산을 위해 다기능, 다목적 생산공장 건설도 추진한다. 노사는 이 공장에 대한 사업성, 생산성 등 제반 여건이 충족될 경우 설비 투자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2025년 완공 예정인 전기차 신공장에서 근무하게 될 인원들에 대한 선발·배치 기준을 수립하고 해당 인원들에 대한 특별교육 프로그램 개발·운영에도 합의했다.
특히 노사는 최근 사회적 난제로 대두된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대를 모아 단체교섭과 별도로 노사 공동 저출산·육아 지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 직원과 가족의 임신을 돕기 위해 난임 유급 휴가를 기존 3일에서 5일로 확대했으며, 난임 시술비도 1회당 100만원 한도로 횟수 제한 없이 지원하기로 했다.
출산 지원책으로는 출산축하금을 대폭 확대해 첫째 300만원, 둘째 400만원, 셋째 이상 500만원을 지원한다. '엄마·아빠 바우처' 제도도 신설해 직원이 자녀를 출산 시 첫째 50만원, 둘째 100만원, 셋째 이상 150만원 상당의 바우처를 지급하기로 했다.
자녀 육아에 대한 지원책도 대폭 강화한다. 유아교육비를 대폭 확대해 만 4세부터 5세까지 2년간 총 240만원의 교육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사용기간을 확대했으며 자녀의 생애 첫 등교를 축하하기 위한 바우처를 첫째 50만원, 둘째 100만원, 셋째 이상 150만원 지급한다.
노사는 사회문제 해소에 기여하고 지역사회와 상생하기 위한 방안도 도출했다. 먼저 청년 실업문제를 해소하고 국내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창출하기 위해 생산현장 기술직 신규채용을 추가 시행한다.
현대차는 지난해 교섭에서 2023년 400명, 2024년 300명을 고용키로 한 데 이어 이번 교섭에서 2024년 추가로 500명, 2025년 300명의 기술직 인원을 채용키로 했다.
노사는 소외계층과 불우이웃을 위한 사회공헌활동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기존에 매년 50억원씩 출연하던 사회공헌기금을 10억원 증액해 60억원씩 출연하기로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 노사 협상을 바라보는 고객과 협력사 등 많은 이해관계자의 걱정과 관심 속에서 노사가 대화로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다"며 "고객들의 변함없는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최고 품질의 자동차를 만들 수 있도록 노사가 함께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강주헌 기자 z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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