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지도자·구단 직원 ‘은밀한 카르텔’…시·도민 구단은 ‘지역정치 축소판’[축구판 블랙 커넥션]
프로축구단은 12세, 15세, 18세 유스팀을 운영한다. 초등, 중등, 고등 학제에 맞춘 팀이다. 초등 6학년들은 15세 팀에 들어가길 원한다. 중등 3학년도 18세 팀으로 승격하려고 한다. 프로 유스팀에 가면, 프로 출신이라는 간판과 함께 거의 무료로 축구를 배우면서 프로 선수가 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상급팀 승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실력이다. 그런데 실력보다는 뒷돈에 승격 여부가 결정되는 경우도 적잖다. 자녀를 받아주는 조건으로 학부모들이 유스팀 지도자에게 뇌물을 주는 것이다.
프로구단 한 관계자는 “지역에서 오래 산 학부모가 지역 출신 유스팀 지도자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부정적인 압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학부모 뒤를 시의원, 공무원, 지역 언론사, 지역 유지들이 봐주기 때문에 근절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8세 팀 졸업 선수가 프로로 가면서 돈 수천만원이 오고간다는 소문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방에 있는 한 프로구단은 최근 유스팀 승격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다. 승격에서 탈락한 학생 선수 학부모들이 유스팀 지도자를 폭언 등을 이유로 비난하며 구단에 징계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구단은 “승격 테스트를 정상적으로 진행했고 지도자, 구단 관계자들이 함께 평가해 승격 선수를 뽑았다”고 밝혔다. 폭언도 지금까지 조사 결과로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구단은 보고 있다. 그래도 구단은 학부모 민원에 강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과오가 드러나지 않은 유스팀 지도자를 징계할 수도 없다. 구단은 딜레마에 빠졌다.
유스팀 관련 뒷돈 거래, 학부모 민원은 많은 구단에 지금도 존재한다. 학부모, 지도자, 구단 직원 등 3자 간 카르텔은 은밀하면서도 단단하다.
부모는 자녀가 더 많은 출전 시간을 보장받고 원만하게 승격하기를 원한다. 어린 선수들은 당장 옥석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
결국, 지도자가 많은 출전 기회를 주는 게 큰 선수로 성장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유스팀 지도자는 대부분 젊은 무명 코치들이다. 학부모 압박, 회유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승격이 결정된 선수들과 계약하고 관리하는 건 구단 직원들의 몫이다. 전력 강화 담당자, 유소년 스카우트, 유스팀 담당자들의 묵인 없이는 청탁이 실현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상호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거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학부모가 구단, 지자체에 민원을 넣는 것을 넘어 경찰에 지도자를 고소·고발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유스팀 관련 뒷거래는 기업구단보다는 시·도민구단일수록, 기업구단이라도 지역과 밀착된 곳일수록 더 심각하다.
한 수도권 구단 관계자는 “토호 세력이 강한 지역에 있는 시·도민구단은 지역 정치의 축소판”이라며 “지역 정치와 연관성이 높은 구단, 유스팀을 형식적으로 운영하는 구단일수록 이런 폐해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어린 선수를 대상으로 한 승격 테스트는 지도자, 구단 직원들이 가능한 한 많이 참여한 상황에서 공정하게, 여러 차례 진행돼야 한다”며 “승격 선수를 확정하는 과정에서도 지도자, 구단 직원들이 공동으로 책임을 지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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