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막상막하…항아리형 순위표, 19년 만이네

안승호 기자 2023. 9. 12.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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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률 ‘6할’ 아래 선두 LG와 ‘4할’ 인접 꼴찌 키움 사이, 중상위권 ‘촘촘’
2위 KT와 5위 SSG 3게임 차…두산·KIA는 연승 기록 쓰며 순위 경쟁

프로야구 정규시즌도 관계자들이 흔히 얘기하는 ‘이상형’이 있다. 정규시즌 우승팀 승률은 6할을 밑돌고, 최하위팀 승률은 4할을 넘어서는 레이스가 이어지면 굉장히 흥미로운 전개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최상위팀과 최하위팀이 가까워지면 그 사이 팀들도 대개는 촘촘히 붙게 된다. 이 경우, 팀 순위표는 가운데를 중심으로 불룩한 ‘항아리’ 모양을 하게 된다. 보다 더 여럿이 희망을 키우는 ‘평준화’ 구조가 형성된다.

그러나 승률 5할대 정규시즌 우승팀과 승률 4할대 꼴찌팀이 한 시즌에 함께 나오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다. KBO리그에서는 2004년 이후 한 번도 그런 시즌이 없었다. 팀당 133경기·8구단 체제였던 2004년에는 현대가 승률 0.586으로 정규시즌 정상에 올랐고, 최하위 롯데는 승률 0.410을 기록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악재’의 위기 속에 시작한 2023 페넌트레이스가 800만 관중 시대를 다시 바라볼 만큼 끝까지 흥미로운 것은 시즌 막바지로 가면서 팀별 전력 평준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팀 순위표도 ‘항아리형’에 가까워지고 있다.

6할대 초반 승률을 유지하면서 독주하던 LG가 지난 주말 광주 KIA전에서 3연패를 당하며 승률 6할 고지를 놓친 가운데 하위권 팀들도 예년과 비교하면 강한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다. 선두 LG는 12일 현재 승률 0.598(70승2무47패)을 기록하고 있다. 최하위 키움은 최근 7연패를 당하며 4할 문턱에서 미끄러져 승률이 0.398(51승1무77패)에 불과하다. 그러나 키움은 잔여 13경기를 남겨두고 경기별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 승률 4할 복귀가 어려운 과제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LG는 현재 승률만 유지해도 정규시즌 우승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외국인 투수 아담 플럿코와 우완 선발 최원태 등이 부상과 부진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잔여 25경기에서 승률 6할 이상을 거두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전체 구단의 전력 평준화 현상은 중상위권 그룹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날 현재 2위 KT와 5위 SSG의 간격은 고작 3게임. 6위 두산도 SSG와 2게임 차로 여전히 가을야구 희망가를 부르고 있다.

돌아보면 여러 팀이 잠재력을 갖고 시작한 시즌이었다. 10연승 전후의 파괴력을 보인 팀들이 이토록 여럿 나온 경우도 없었다. 두산이 올스타 브레이크 전후 구단 새 역사인 11연승을 기록했고, KIA도 최근 구단 이력 10년 만에 9연승을 달렸다. 또 중하위권의 롯데는 9연승, 한화는 8연승을 질주하면서 내재된 힘을 입증하는 등 절대 약체가 없는 시즌이 흐르고 있다. 올해 최종 순위를 아직 예단할 수는 없다. 다만 순위싸움이 굉장히 빡빡한 시즌으로 기억될 것은 확실하다.

안승호 선임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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