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감독은 ‘가을’을 얘기했고, ‘가을남자’ 정수빈은 홈런 빠진 사이클링히트로 답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12일 잠실 한화전에 앞서 잔여 시즌 매경기 총력전을 선언하며 라인업 구성의 방향성에도 변화를 줄 뜻을 나타냈다. 지금까지는 누적 데이터를 우선시했다면, 이제는 선수마다 페이스에 조금 더 가중치를 두고 중용할 선수도 가리겠다고 했다.
그야말로 시즌 종착역으로 향하는 시간. 선수들 대부분이 체력이 처져 있어 데이터 본연의 의미가 퇴색될 가능성이 크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었다. 이 감독은 아울러 두산에는 가을에 강세를 보이는 선수가 많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이 대목에서 첫 번째 떠올리며 거명한 선수가 바로 ‘가을 남자’ 정수빈이다.
정수빈은 아주 익숙한 자리인 1번타자 겸 중견수로 출전해 홈런 빠진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하며 이승엽 감독의 기대에 100% 답했다.
1회 첫 타석에 우전안타로 출루해 양의지의 적시타에 선취 득점을 올린 정수빈은 이후 3루타와 2루타를 하나씩 때리면서 출루할 때마다 득점을 올렸다. 3타수 3안타 3득점을 올렸다. 두산은 8-3으로 승리하며 이날 KT에 일격을 당한 5위 SSG에 2게임 차로 따라붙었다,
그중 하이라이트는 초반 난타전 끝에 5-3으로 불안한 리드를 하던 6회 4번째 타석이었다. 정수빈은 6회 1사후 한화 좌완 정우람의 직구를 받아쳐 우중간을 가르는 3루타를 때렸다. 정수빈이 우익선상 또는 우중간 깊은 곳으로 타구를 보낸 뒤 1루와 2루를 돌아 3루까지 뛰는 장면은 ‘직관’ 하는 두산 팬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이다.
정수빈은 이날 3루타로 시즌 3루타를 8개로 늘렸다. 최지훈(SSG)과 함께 3루타 부문 공동 1위다. 더불어 통산 3루타도 81개로 늘렸다. 이 부문 통산 1위인 전준호(은퇴·100개)를 향한 도전도 이어갔다.
이날 정수빈은 안타를 생산한 3타석뿐 아니라 다른 두 타석도 알차게 채웠다. 2-0이던 2회 무사 1·2루에서는 희생번트로 주자를 한 베이스씩 보냈고, 4회 3번째 타석에서는 몸에 맞는 볼로 출루했다.
정수빈은 “9월 이후 강했기 때문에 기대가 된다”면서 “올해는 9월 들어서도 조금 덥긴 했는데 이제 밤에는 선선한 바람이 불면서 가을 느낌이 오는 것 같다. 팀이 가을야구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수빈은 또 “예전이나 지금이나 뛰는 건 똑같다. 은퇴하는 날까지 지금처럼 잘 뛸 수 있도록 관리도 잘하겠다”고 말했다.
이승엽 감독은 “테이블세터가 눈부신 활약을 했다. 톱타자 정수빈은 출루가 필요할 때 안타를 쳤고, 진루가 필요할 땐 번트를 성공시켰다. 정수빈이 장타 2방을 포함해 3안타를 때린 덕분에 상대에게 흐름을 넘겨주지 않았다”고 칭찬했다.
잠실 |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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