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낀 에너지 가을야구 가서 쓰겠다”…‘퍼펙트’ 도전했던 KT 벤자민의 포부
1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KT와 SSG의 경기. KT가 1-0으로 앞선 7회말 마운드에 오른 좌완 선발 웨스 벤자민(30)의 투구에 관중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벤자민은 6회말까지 18명의 타자를 상대하며 단 한 번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았다. 안타, 볼넷, 실책도 없이 KBO리그 최초 ‘퍼펙트’ 기록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 중이었다.
SSG의 선두 타자 최지훈을 포수 뜬공으로 잡은 벤자민은 후속 타자 김강민까지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한 뒤, 리그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소년 장사’ 최정을 상대했다. 이전 두 번의 타석에서 최정을 삼진과 내야 땅볼로 가볍게 정리한 벤자민은 이번에도 공격적인 투구로 최정을 공략했다.
그러나 볼카운트 2-2에서 던진 시속 147㎞ 빠른 공이 최정의 방망이에 제대로 걸리며 좌전 2루타를 맞았다. 7회말 2사까지 이어온 퍼펙트 행진이 중단된 순간이었다. 대기록 도전은 멈췄지만, 벤자민의 압도적인 구위는 여전했다. 그는 2사 2루 위기에서 상대 4번 타자 기예르모 에레디아를 2루수 땅볼로 잡아내며 깔끔하게 이닝을 마쳤다.
끝이 아니었다. 벤자민은 8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라가 하재훈과 김성현, 최주환을 삼자범퇴로 멈춰 세운 뒤 3-0으로 앞선 9회말 마무리 투수 김재윤과 교체됐다. 벤자민은 이날 최고 시속 150㎞ 직구 44개 포함 커터(34개), 슬라이더(19개), 체인지업(5개), 커브(1개) 등 103구를 던져 8이닝 동안 1안타 8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SSG가 왼손 투수인 벤자민을 대비해 1번 최지훈 제외하고 타선을 전부 우타자로 채웠지만, 효과는 없었다.
KT 타선은 SSG 좌완 선발 김광현의 호투에 번번이 막혔지만, 6회초 기어이 득점을 올리며 승리를 위해 필요한 점수를 쌓아갔다. 김민혁이 김광현과 끈질긴 승부로 12구 만에 볼넷 출루하며 빈틈을 만들었고, 앤서니 알포드의 안타와 박병호의 적시타가 터지며 선취 득점을 뽑았다. 박병호는 9회초 마지막 공격에서도 바뀐 투수 이로운을 상대로 쐐기 투런포를 터트렸다. 시즌 13호. KBO리그 개인 통산 375홈런을 기록한 박병호는 이대호(은퇴)를 밀어내고 이 부문 단독 3위로 올라섰다.
김재윤은 마지막 이닝을 실점 없이 마무리해 팀의 3-0 승리를 지켰다. 시즌 15승을 따낸 벤자민은 KT 역대 선발 투수 최다승 기록을 보유한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2020년)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경기 뒤에 만난 벤자민은 “전체적으로 몸 상태가 너무 좋았고, 장성우 포수와 게임을 잘 풀어간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벤자민은 퍼펙트 기록이 무산된 아쉬움에 대해 “4회나 5회까지 퍼펙트에 대한 의식을 했다. 오히려 의식하니까 이상하게 차분해지는 느낌을 받았다”며 “기록에 대한 생각때문에 더 부담을 느끼거나 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퍼펙트 기록이 깨진 이후 벤자민은 완봉에 대한 욕심을 냈다. 다만, “무리하지 말라”는 이강철 KT 감독의 만류에 수긍했다고 한다. 그는 “지금 아낀 에너지를 가을야구 무대에 가서 쓰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인천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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