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20억, YTN -77억... 공적지원 예산 줄줄이 삭감
정부가 내년도 방송사 공적 사업 지원금을 올해보다 대폭 줄이거나 전액 삭감했다. 대체로 이들 예산이 정부 사업을 대행하거나 수익성이 크지 않은 방송사 공적 책무 이행을 위한 보조금으로 쓰였던 만큼 앞으로 방송사 운영 전반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4년 예산안에서 방송사 지원 예산 중 가장 큰 폭으로 삭감된 건 KBS ‘대외방송 송출지원’과 ‘대외방송 프로그램 제작지원’ 사업이다. 올해 각각 약 60억원, 63억원으로 총 120억여원이 편성됐는데 내년 예산안에선 전액 삭감됐다. 해당 사업은 방송법에 의해 KBS가 운영하고 있는 사회교육방송과 대외방송 프로그램 제작의 보조 사업으로 국가지원 필요성이 인정돼 2006년부터 예산이 편성돼 왔다.
또 방송통신위원회 ‘EBS 프로그램 제작지원’ 예산은 올해보다 약 39억원 줄어든 310억원으로 책정됐다. KBS·EBS 예산 삭감 배경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세수 부족과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KBS 대외송출 등의 비용을 방송사가 자체적으로 부담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말했다.
YTN 사이언스와 YTN 글로벌센터에 편성됐던 예산도 전액 삭감됐다. YTN 사이언스는 YTN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함께 운영하는 24시간 과학전문 방송으로, ‘과학기술전문방송 제작지원 사업’ 일환으로 매년 40~50억원대 예산을 받아왔다. 당초 과기부가 해당 사업 예산을 44억대로 책정했는데 기획재정부로 넘어간 단계에서 전액 삭감된 것으로 알려진다. 2007년부터 시작돼 3년마다 과기부 공개 입찰을 통해 위탁 사업자가 선정됐고, 지금까지 6차례에 걸쳐 YTN사이언스가 이 사업을 맡아왔다. 정부 지원금과 함께 YTN사이언스에선 스튜디오 사용료, 공간 임대 등의 현물투자를 하고, 광고·협찬 수익 모두 콘텐츠 제작비로 쓰이고 있었다.
YTN 글로벌센터가 받아온 ‘한국어 뉴스 네트워크 세계 위성망 구축 사업’ 지원금도 모두 삭감됐다. YTN은 2003년부터 외교부 산하 재외동포재단(현 재외동포청)과 매년 협약을 체결해 지원받은 30억원으로 해외송출을 위한 위성 임차, 재외동포 관련 콘텐츠 제작, 셋톱박스 보급, 해외 리포터 운용 등의 비용을 지출해왔다. 더구나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의결된 올해 지원금 30억원도 현재까지 지급이 중단된 상태다. YTN 글로벌센터 측은 지난 1월부터 수차례 재외동포재단에 협약 체결 요청 공문을 보냈는데 지난달 4일이 돼서야 “재외동포재단의 업무를 수행하게 된 재외동포청은 국가기관이므로 관계법령상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관련 예산이 사실상 0원이 되면서 YTN 글로벌센터는 이달부터 차세대 동포와 해외 한글학교의 자료로 활용되던 ‘뉴스말모이’ 프로그램 제작을 중단했고, 25명 정도의 글로벌센터 제작 인력을 14명으로 축소한 상황이다.
YTN 글로벌센터 관계자는 “협약금 미집행에도 YTN은 해외방송 송출 중단을 피하기 위해 자체 예산을 통해 사업비를 지출하고 있다”며 “사업을 계속 수행한 건 지난 20여 년간 협약 체결 절차가 정부 예산 문제로 인해 매년 해를 넘겨 이루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YTN은 이 사업을 해오면서 매년 40억원 정도의 대응 투자를 하고 있다. YTN의 투자가 없으면 한해 500개가 넘는 재외동포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송출하는 게 불가능한 사업”이라며 “지난 6월 재외동포청이 설립된 이후 정작 재외동포인 해외 리포터들의 일거리가 없어지고, 글로벌센터 고용 문제에서도 위기”라고 우려했다.
‘한국직업방송 위탁운영 용역’ 사업으로 연합뉴스TV가 지원받던 40억원 예산도 전액 삭감됐다. 소관 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연합뉴스TV 측에 올해까지만 해당 사업을 운영하겠다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직업방송은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 소유 채널로, 연합뉴스TV 자회사인 연합미디어가 제작 대행을 맡고 있다. 12일 전국언론노조가 국회 앞에서 연 ‘공적 미디어 예산 삭감 규탄 및 정상화 촉구' 기자회견에서 이선봉 연합뉴스TV 노조위원장은 “사업 종료로 약 20여명의 구성원이 일자리를 잃게 될 수 있다”며 “직업방송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고용노동부는 이제 실업을 창출하는 실업노동부가 되자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방송사 예산 대폭 삭감으로 인해 공적 사업 축소, 인력 구조조정은 이미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연합뉴스 또한 내년 정부구독료 예산이 228억원 삭감된 가운데 성기홍 연합뉴스 사장은 지난 7일 노조 대의원대회에 참석해 △6대 공적기능 분야 축소 조정 △계약 만료 도래한 계약직·프리랜서 사원 충원 보수적으로 검토 등의 예산 삭감 대책을 언급했다.
정부 예산안 삭감을 받아든 방송사들은 국회 심사 과정에서 예산을 복원하는 데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KBS는 “국회 예산심사 과정에서 대외방송의 필요성 및 중요성을 부각하여 대외방송의 국고보조금을 부활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만약 전액 삭감이 확정되고 수신료 분리징수로 KBS 재정이 어려워지더라도 공영방송의 의무인 만큼 대외방송 지속방안은 끝까지 강구할 계획이다. 다만 대외방송 서비스의 질과 양에서 일정 부분 타격은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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