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우위 방심위, 김만배 인터뷰 인용매체 조준
인용보도했던 방송사 의견진술 듣기로
야권 위원 3명이 연이어 해촉되면서 여권 우위로 재편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가짜뉴스 척결”을 앞세워 강도 높은 방송심의를 예고했다. 그 첫 타자로 뉴스타파의 ‘김만배 녹취록’을 인용 보도한 방송사에 대한 무더기 중징계 수순에 들어갔다. 대통령실과 여당이 뉴스타파 보도를 두고 ‘김대업 병풍 사건’에 비유해 “희대의 대선 정치공작”이라며 날을 세우고, 방심위원장 역시 “‘국기문란’급 허위·조작보도”라 비판해 ‘주의’나 ‘경고’ 수준을 뛰어넘는 높은 수위의 중징계가 예상된다.
방심위 방송심의소위원회는 12일 회의를 열고 지난해 3월 뉴스타파의 김만배 녹취록 보도를 인용 보도했던 KBS, MBC, SBS, JTBC, YTN 등 5개 방송사 관계자의 의견진술을 듣기로 했다. 의견진술은 법정제재를 위한 사전 단계로 진행하는 청문 절차다. 해당 방송사들은 지난해 3월6일 윤석열 당시 대통령 후보가 대검 중수2과장 시절 부산저축은행 부실대출사건 수사를 무마했다는 취지의 대화 내용이 담긴 김만배 음성파일을 뉴스타파가 공개해 파문이 일자 다음날(7일) 뉴스에서 직접 인용 등의 방식으로 보도한 바 있다.
이날 회의에서 여당 심의위원들은 “공영방송이 허위조작된 인터뷰 내용을 팩트체크 등 최소한의 검증도 없이 방송”했고, “녹취록이 조작됐을 가능성과 허위일 가능성에 대한 언급은 조금도 없”으며, “단정적으로 김만배의 주장이 사실인 것처럼 표현했다”고 비판하며 무더기 의견진술을 주장했다. 야권 위원들은 해당 보도를 ‘긴급심의’ 안건으로 상정한 것에 반대하며 심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옥시찬 위원은 “지난 회의에서 숫자 싸움으로 밀어붙인 김만배 보도 긴급 안건 상정에 강한 거부감이 있다. 몇백 명이 비명횡사한 것도 아니고 유언비어가 마구 돌아다니는 상황도 아닌데 긴급 안건 상정은 불가하다”고 말하며 자리를 떴다. 방송소위는 앞서 지난 5일 여권 단독으로 김만배 보도 건에 대한 긴급심의 안건 상정을 의결한 바 있다.
당시 방심위는 뉴스타파를 직접 심의할 수 없어 이를 인용 보도한 방송매체를 긴급심의 대상으로 상정한 것인데, 이날 소위에선 뉴스타파와 별개로 이뤄졌던 JTBC의 선행 보도까지 포함해 심의하기로 결정됐다. JTBC는 뉴스타파 보도보다 앞선 지난해 2월21일과 28일 자체 입수한 ‘대장동 수사기록’을 토대로 윤석열 후보의 봐주기 수사 의혹 등을 제기한 바 있다. 류희림 위원장은 “JTBC 보도로 이 사안이 촉발되면서 결국 뉴스타파가 보도하고 거의 전 언론이 받기 시작했다”며 “JTBC가 최근 사실을 규명해보니 취재했던 기자가 일방의 말만 듣고 중요한 사실을 누락·왜곡했다고 시인했다. 꼭 한번 관계자 의견진술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JTBC 보도는 심의 안건을 추가하면서 정작 뉴스타파를 직접 인용 보도했던 일부 종편·보도채널은 심의대상에서 제외해 형평성 논란도 있다. 지난해 3월7일 TV조선과 연합뉴스TV 등도 “(수사를) 그냥 봐줬지” 등의 김만배 육성을 보도했는데, 아예 심의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SBS는 의견진술을 듣기로 했으나 “타사에 비해 현저하게” 간단히 다뤘다는 점이 평가돼 실제 법정제재는 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방심위 징계가 향하는 대상은 KBS, MBC, JTBC, YTN인 것이다. 이는 방통위가 지난 7일 “대선과정에서 논란을 빚은 가짜뉴스 및 허위정보 보도와 관련하여” 팩트체크 검증 시스템을 실태점검 하겠다며 KBS·MBC·JTBC를 콕 집은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류희림 위원장도 지난 8일 취임사에서 종편을 빼고 “공영방송 등 지상파채널, 그리고 뉴스전문채널에 대한 심의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만배 보도와 별개로 그동안 여권 측이 ‘봐주기 심의’라 비판해왔던 지상파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등에 대한 줄줄이 심의 및 징계도 예상된다. 방심위는 류희림 위원장이 취임 후 첫 주재한 지난 11일 전체회의에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2건), KBS ‘주진우 라이브’,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등에 법정제재를 의결했고, MBC 취재진 전용기 탑승 배제와 관련한 MBC ‘뉴스데스크’ 보도 등에 대해선 의견진술을 듣기로 했다. 류 위원장은 앞서 취임사에서 “명백한 방송심의규정위반 사안인데도 정파적인 판단으로 심의가 지연되거나 솜방망이 제재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기능을 스스로 마비시키고 있다는 비난까지 받아왔다”며 “신속심의 TF팀을 만들어 집중심의를 해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지연사태를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임시 전체회의에서 여권 위원들의 추대로 위원장에 선출된 류 위원장은 “가짜뉴스 척결을 위해 우리 위원회가 가진 모든 역량을 동원하겠다”고 취임 일성을 밝혔다. 그간의 관례를 깨고 방송소위 위원장을 직접 맡은 것도 이 같은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방심위 위원장은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방송소위 대신 통신심의나 광고심의소위에 참여해왔다. 방심위는 정연주 전 위원장과 이광복 전 부위원장에 이어 ‘이해충돌’ 논란이 제기된 정민영 위원까지 야권 위원 3인이 연이어 해촉되면서 기존 여야 3대6 구도가 4대3으로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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