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천리 해상풍력 사업 뒤엔 ‘수상한 사교 모임’ 있었다
[앵커]
다음 소식입니다.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 그리고 기업인들이 한 컨설턴트의 주선으로 수상한 접대 모임을 해왔다는 소식, 얼마 전 전해드렸습니다.
KBS 탐사보도부는 이 자리가 공직자들의 직무와 관련된 건 아닌지 추적해왔습니다.
그런데 수조 원 규모의 해상풍력발전 사업에서 수상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박영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2017년, 전남 영광군 송이도에 해상풍력 업자 김 모 씨가 나타났습니다.
인근 바다에 2조 3천억 원을 들여 대규모 풍력발전단지를 짓겠다고 했습니다.
[김정환/전 송이도 해상풍력발전대책위원장 : "발전기금으로 우리 송이도에서 쓰일 수 있도록 250억 원 정도를 협조만 잘한다면 그렇게 해주겠다고 한 거죠."]
KBS 취재 결과, 김 씨는 공직자들과 기업인들의 사교 모임을 주선해온 경영컨설턴트 한 모 씨의 지인입니다.
[한OO/M 그룹 회장/지난 2월/음성변조 : "김OO 회장이 아주 절친한, 제가 아끼는 친구인데, 제가 내려가기만 하면 골프장으로 와서 만취하도록 술을 마십니다."]
김 씨가 풍력단지 개발을 본격화하던 시기, 관련 고위 공무원 2명이 각각 김 씨와 함께 한 씨의 초대를 받았습니다.
당시 박천규 환경부 차관과,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총괄하는 청와대 경제수석실 김재철 선임행정관입니다.
모임은 김 씨의 해상풍력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본안 접수를 앞둔 때와 해역이용협의가 진행되던 때 각각 열렸습니다.
고위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한 업자를 접촉한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장동엽/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선임간사 : "주요 일정에 비춰보면 당연히 이게 그냥 공짜로 밥 한 끼 하자 이런 자리는 아니었을 거로 보이고요. 직무 관련성 여부를 배제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김 씨의 사업은 거침이 없었습니다.
발전사업허가를 받고 난 뒤, 2년여 만에 주요 인허가 절차를 모두 마무리했습니다.
규모가 더 작은 사업과 비교해도 이례적인 속도였습니다.
[해상풍력 업계 관계자/음성변조 : "(지난 정부 때) 인허가가 지연된다는 거를 엄청나게 많이 보도자료 같은 걸 냈어요. 사업자들이 힘들다고. 이렇게 인허가가 다 이뤄지면 사업자가 힘들 이유가 없잖아요."]
이와 관련해 박 전 차관은 모임엔 참석했지만 김 씨는 기억에 없다고 했고, 현 해수부 대변인인 김 전 행정관은 답을 피했습니다.
해상풍력 업자 김 씨는 "두 공직자를 모른다"며 "인허가는 정식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고 밝혔습니다.
[김OO/M사 대표/음성변조 : "여러 명이 나와 가지고, 따로 만나거나 그런 건 없고, 그때 나왔던 사람들을 기억은 못 하죠."]
모임을 주선한 한 씨는 "부적절한 로비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며,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을 문제 삼지 말라"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박영민입니다.
촬영기자:김성현 문아미/영상편집:성동혁/그래픽:안승배 서수민
본 언론사는 지난 9월 12일 <뉴스9> 프로그램과 9월 13일 <뉴스광장 2부> 프로그램에서 「일사천리 해상풍력 사업 뒤엔 '수상한 사교 모임 있었다'」라는 제목의 방송을 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김 전 행정관은 "본인은 청와대에서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총괄하지 않았고, 해수부는 김 모 씨의 해상풍력사업에 대한 일반해역이용협의 의견을 9월 22일 모임이 있기 전인 9월 1일 이미 회신하였으며, 당시 모임에서도 김 모 씨의 해상풍력사업에 대해서 알지 못했고, 해상풍력에 대한 얘기가 오간 기억도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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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민 기자 (youngmi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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