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스토킹 살인 가해자, 한 달 새 반성문 5번 제출
‘인천 스토킹 살인사건’ 가해자가 1심 재판을 앞두고 최근 한 달 새 재판부에 반성문을 다섯 차례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의 이름·실명을 공개하고 가해자 엄벌을 촉구하고 나선 유족은 “가해자 측이 직접 연락해온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며 감형을 위한 의도적 작성이라고 비판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스토킹하던 전 연인 이은총씨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설모씨(31)는 지난달 11일 법원에 공소장이 접수된 이후 같은 달 25·29일, 지난 1·5·8일 등 5회에 걸쳐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했다. 살인과 특수상해,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설씨는 오는 19일 첫 공판을 앞두고 있다.
설씨는 지난 7월17일 오전 5시54분쯤 인천 남동구 아파트 복도에서 이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인천지법은 사건에 앞서 6월10일 설씨에게 접근금지 명령을 내렸으나 살인을 막지 못했다.
설씨는 수사기관에서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당초 처벌이 더 무거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 혐의를 적용하려 했으나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송치 당시 혐의인 살인죄를 그대로 적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본인이 ‘보복살인은 아니’라는 진술을 유지했고, 보복이 목적이라는 구체적 정황·증거를 발견하지 못해 보복살인 혐의는 적용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씨의 사촌언니 A씨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가해자가 혐의를 다 인정한다고 하고, 반성문도 제출하고 있어 감형 사유가 될까 걱정”이라며 “정작 가해자 측이 우리에게 연락해오거나 찾은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A씨는 보복살인 혐의가 적용되지 않은 데 대해선 “가해자와 같은 직장에서 일했기 때문에 은총이가 가족보다도 직장 동료와 (스토킹 피해 관련) 상의를 많이 했고, 가해자가 직장동료에게 ‘은총이가 자신을 이용해 먹었다’고 말하는 등 앙심을 품은 통화 녹취도 있었다”며 “하지만 직장 동료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설씨는 스토킹으로 회사가 이씨와 분리 조치한 이후인 지난 6월2일 직장 동료와 통화하며 “저는 다 잃었다. 사람들하고, 같이하려고 했던 직업도 잃고. 누나는 그대로 남아 있다”며 “억울하다. 왜 망가지는 건 나뿐만인 건지” 등의 말을 했다.
A씨는 “가해자 중심의 형사 제도에서 피해자 유족은 투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슬퍼할 겨를도 없다”며 “스토킹 피해자를 보호할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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