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주식 매각’ 불복한 유병호에 법원 “백지신탁이 맞다”
배우자 8억대 바이오주 보유
“재산권 침해” 주장 무효소송
재판부 “이해충돌 회피 의무”
직무관련성 인정해 청구 기각
13일부터 매각 결정 ‘효력’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사진)이 배우자의 주식이 감사원 업무와 이해충돌 소지가 있어 매각하라는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정희)는 12일 유 총장이 인사혁신처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유 총장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배우자가 보유한 주식의 기업은 감사원의 선택적 회계감사 대상에 해당하며, 사무총장의 권한과 업무 범위에 비춰보았을 때 이해충돌 가능성이나 위험성이 없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주식은 직무관련성이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또 “공무원은 사적 이해관계와 국민 공적 이해관계가 충돌하면 당연히 후자를 우선해 이해충돌을 회피하고 직무에 전념할 의무가 있다”면서 “이를 공무원 개개인의 양심에 맡겨두지 않고 국가가 제도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직무관련성을 인정한 피고의 처분은 위법하지 않다”고 했다.
앞서 유 총장은 지난해 9월 고위공직자 재산신고에서 배우자가 한 바이오기업의 비상장 주식을 8억원가량 보유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감사원이 보건복지부 등 중앙부처와 그 산하기관을 감시할 수 있는 기관인 데다, 그해 감사원이 실시한 코로나19 백신 수급 감사와 이해충돌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유 총장은 “제 처는 세포치료제에 대해서 세계적인 기술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며 “큰 기술을 부하 직원하고 개발해서 공로주로 전부 받은 것인데, 백신 감사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제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후 유 총장은 인사혁신처 산하 주식백지신탁심사위에 직무관련성 심사를 청구했다. 주식백지신탁심사위는 논란이 된 주식뿐 아니라 유 총장의 삼성전자 주식과 자녀들이 보유한 에너지회사 주식까지 전부 백지신탁해 매각하라고 결정했다. 유 총장이 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부 감사를 총괄하는 자리에 있다는 이유였다.
유 총장은 헌법상 재산권 침해라며 주식백지신탁심사위를 상대로 처분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지난 1월 이를 인용하면서 가처분 효력 기간을 본안 소송 1심 선고일까지로 정했다.
1심 재판부가 이날 유 총장의 패소를 판결함에 따라 유 총장 배우자와 자녀가 보유한 주식을 백지신탁해 매각하라는 주식백지신탁심사위 결정은 13일부터 다시 효력을 갖게 됐다.
이날 재판부는 유 총장이 공직자윤리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면서 낸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공직자윤리법은 주식을 보유한 이가 공무원이 되는 것을 배제하는 게 아니라 직무 관련 주식을 보유하는 게 공정한 업무를 방해할 수 있으므로 백지신탁할 것을 요구하고 있을 뿐”이라며 “사익 침해가 그로 인해 확보되는 공익보다 반드시 크다고 할 수 없어 위헌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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