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정상회담, ‘동방경제포럼’ 피한 이유 뭘까
러 입장서도 ‘경제 외교전’ 구상과 안 맞아 부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용열차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넘어 북쪽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북·러 정상회담이 당초 예상과 달리 동방경제포럼(EEF)에서 열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크렘린궁도 북·러 정상회담과 관련해 “EEF에서 접촉은 없다”고 밝혔다. 북·러 정상회담과 EEF가 연계되는 것이 북한과 러시아에 모두 달갑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란 평가가 나온다.
김 위원장은 현재까지 다자외교 무대에 나선 경험이 전혀 없다. 김 위원장은 2015년 5월9일 러시아 전승절 기념 행사에 참여해 다자외교 데뷔를 노렸지만 러시아 방문 자체가 불발됐다.
김 위원장은 2018년 푸틴 대통령이 EEF에 초청했을 때에도 불참했다. 둘 다 북한 내부 사정과 의전 문제 등이 이유로 언급됐다.
양자회담과 달리 다자간 정상회의 무대에서 지도자는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줄어든다. 이는 지도자를 신격화하는 체제에 부담이 된다. ‘은둔의 지도자’로 불렸던 김정일 북한 노동당 총비서 역시 다자무대에는 나선 적이 없다.
통일부 당국자는 “다자간 회담에 참석하다 보면 의도하지 않게 관리하기 어려운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북측에서 볼 때 김 위원장 의전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있어 다자회담은 기피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번 EEF 해외 참석자 가운데 국가원수는 없다. 푸틴 대통령과 회담이 예정된 파니 야토투 라오스 부주석이 서열이 가장 높다. 김 위원장이 EEF에 참석했다면 참가국 대표 가운데 의전상 서열이 가장 높아 의전 고민은 깊어진다.
북한은 지난달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세계태권도대회에 선수를 파견하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참석을 결정하는 등 국제무대의 문을 다시 두드리고 있지만 김 위원장의 다자외교 참석은 여전히 부담스럽고 자신 없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러시아 입장에서도 김 위원장의 EEF 참석은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EEF는 러시아가 극동지역 개발 및 아시아·태평양 국가와의 관계 강화를 위해 2015년 이후 해마다 여는 포럼이다. 푸틴 대통령이 중요시하는 국가적 행사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러시아는 이번 EEF 슬로건으로 ‘평화와 번영으로 가는 길’을 채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다소 미지근한 아시아·태평양 국가를 상대로 원유 제공 등을 내세워 경제 외교전을 펼칠 구상을 갖고 있다.
하지만 핵 개발로 유엔 제재를 받고 있는 김 위원장이 전면에 나타나면 이런 전략이 무색해진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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