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게 없으니 이거라도”…초단타 개미 몰리는 ‘이 종목’

김제림 기자(jaelim@mk.co.kr) 2023. 9. 12.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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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주 부진 박스피장세 지속
테마주 쏠림현상 한층 심해져
이달 개인 거래비중 70% 넘어
기관은 10%, 외국인 18% 그쳐
중소형주 위주 단타 거래 극심
초전도체·맥신…계속 갈아타
[사진 출처 = 픽사베이]
증시를 이끄는 대형주 주가가 지지부진한 박스피 시장에 갇히면서 테마주 쏠림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증시 대기자금인 예탁금과 신용융자잔고는 올해 증시 최고점을 찍던 시기와 비슷한 수준이 유지되면서 갈 곳 없는 돈들이 테마주에 몰린 탓이다. 특히 기관과 외국인의 신규 유동성이 막혀 있는 상황에서 개인들이 테마주에 몰려가면서 증시 거래대금 중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이달 들어 70%를 넘어 올해 최고점을 찍고 있다. 시장 주도권이 중소형주 플레이를 하는 개인들에게 가고 있는 것이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체 거래대금 대비 개인투자자 거래대금은 71.9%로 지난 4월에 기록했던 71.8%를 넘어섰다. 4월에는 코스닥 대장주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의 고평가 논란이 뜨거워지며 개인들의 거래는 2차전지 대형주 위주로 활발했었다. 이달 들어서는 하나마이크론, 에스피지 등의 중소형 종목들도 전체 거래대금 10위 안에 들어가는 등 테마주, 중소형주 위주에 수급이 몰리고 있다. 올 1월만 해도 개인거래대금 비중은 64%에 불과했지만 상승장이 시작되면서 비중은 늘어갔다. 이달 들어 기관 거래비중은 10%, 외국인은 18%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8일 기준 신용융자 잔고는 20조4900억원 수준으로 올 최고치였던 8월 중순 20조5500억원 수준에 육박한 수치고 투자자 예탁금 역시 51조원으로 8월초에서 10% 정도만 빠져나갔기 때문에 지수 상승 기대감이 줄어든 증시에서 단기 차익을 노릴 수 있는 테마주 투자만 활황인 셈이다. 대장주 삼성전자마저도 지난 1일 엔비디아에 광대역폭 메모리(HBM)을 공급한다는 소식에 관련 ‘소부장’주들과 함께 큰 폭으로 주가가 올랐으나 상승세는 하루에 그치는 ‘HBM 테마주’의 모습을 보였다.

최근의 테마주는 과거 유력정치인에 한정됐던 테마주와는 달리 종류가 다양하고 단기적인 것이 특징이다. 7월말 초전도체 테마로 불붙은 테마주 장세는 8월 중순 맥신, 8월말 양자컴퓨터와 수산물, 9월초 AI의료와 비만치료제 등 재빠르게 투자 대상이 이동했다.

주로 하나의 테마가 뜨면 텔레그램 등의 SNS에서 이 종목도 관련주라는 식으로 소위 ‘제보’가 올라오면서 여러 개의 소형 종목들이 동시다발로 상한가까지 올라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나의 테마가 지속되는 기간도 과거보다 짧아졌는데 이는 하나의 테마를 오래 끌고 가기보다는 가격이 덜 올라 가벼운 종목들로 관심이 이동하는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주가 조작과 관련된 조사 를 강화하면서 세력 입장에선 하나의 테마를 오래 끌고 가기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을 것”이라 말했다.

테마주 투자도 단타가 심하다보니 아예 특정 테마가 하루를 못 가는 경우도 발생한다. 11일에는 레인보우로보틱스를 비롯한 로봇테마주들이 오전에 강하게 상승하다 오후에 시진핑 중국 주석의 방한 소식이 전해지자 로봇 테마주들은 상승폭을 완전히 반납하고 화장품 테마주로 수급이 쏠리기도 했다.

테마주 투자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증권업계에선 당분간 테마주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처럼 금리나 환율 매크로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장세에선 개인 투자자 위주의 수급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고금리, 고유가, 강달러로 지수 플레이는 여전히 제한적이고 테마주 장세가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에 배트를 더 짧게 잡을 필요가 있다”면서 “주도주 중심 장세 복귀는 미국 경기 둔화나 중국 경기 개선과 같은 계기가 나타나야 가능하며 테마주 장세는 길게 3분기 실적 시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박스피가 지루해 보이는 장이라고 하지만 종목을 옮겨 다니며 단기 투자를 하는 성향인 사람에겐 돈을 벌 수 기회가 많은 액티브한 장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달 1일부터 재개된 차익결제거래(CFD)역시 테마주 장세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CFD를 활용하는 투자자들은 개인 전문투자자로 레버리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고위험 고수익’ 투자 성향을 갖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별 금액 기준으로 포지션 규모를 제한하면 기회비용 차원에서 대형주보다는 변동성이 큰 중소형주가 선호될 수 있다”면서 “이는 테마주 재료에 대한 반응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CFD 순잔고금액의 상위 업종은 헬스케어와 반도체다.

또한 공매도가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의 대형 종목에 대해서만 가능한 상황에서 테마주 투자자들이 노리는 시총이 작은 종목들은 공매도의 영향을 받지 않고 단기간에 주가가 큰 폭으로 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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