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회복 기획① "일단 신고 당하면 '직위 해제'…교사 보호장치 전무"
경찰조사·교육청 감사·징계·재판 등 일련의 과정 부담
학교 내부의 무관심과 배제가 더 큰 상처
"교사들의 잇단 죽음, 결코 남의 일 아냐"
"정확한 사실관계와 과실 여부 판단 과정 필요"
"모든 책임을 교사 개인이 지는 구조 바뀌어야"
[앵커]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교육현장의 심각한 교권침해 현실이 드러나며 교사의 교육활동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CBS뉴스는 두 차례에 걸쳐 교권침해 현실을 돌아보고, 공교육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들을 모색해보려 하는데요.
먼저, 교사들의 목소리를 통해 교육 현장의 어려움을 들어봤습니다.
오요셉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0여 년 간 초등학교 교편을 잡아온 김경숙(가명) 선생님.
몇 해 전 발생한 한 사건은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았습니다.
분노조절에 어려움을 겪던 한 학생이 동급생과 몸싸움을 벌여 이를 강제적으로 떼어 놓았는데, 그 과정에서 상처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신고를 당한 겁니다.
일단 신고가 접수되자, 경찰 조사와 교육청 감사, 재판, 징계 등 일련의 과정이 진행되었고 선생님은 교단을 떠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김경숙(가명) / 초등교사]
"진단서 다 첨부하시고, 이렇게 우리 아이에게 모욕적으로 말했다, 왕따시켰다, 이런 걸로 아동학대 신고가 된 거죠. 그리고 바로 담임 교체가 됐고, 저는 이제 직위 해제되어서 집에서 쉬게 되었고, 계속 병원 다니면서 약 먹고, 여러 가지 공황장애나 불면증 이런 거는 말할 것도 없어요. 상담 치료를 계속해야 했었고, 너무 비참하고 분통이 터지는 것도 있고, 내가 진짜 자질이 없나 (자책했어요)."
재판부의 판결 이후 김 선생님이 다시 교단으로 돌아오기까지는 2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교직으로 복귀했지만 지금도 비슷한 학생과 학부모만 봐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먼 길을 돌아 피해갈 정도로 깊은 마음의 상처를 안게 됐습니다.
[김경숙(가명) / 초등학교 교사]
"교육이라는 것은 때로는 아이한테 소리치고 혼내기도 하거든요. 때로는 달래기도 하거든요. 그런 여러 가지가 있는 거예요. 그런데 딱 하나를 떼 가지고 그 맥락을 보지 않고 '너는 아동 학대자'야 (신고해버리죠.) 그 한 5분의 짧은 사건이 내 인생을 통틀어서 모든 걸 다 날려버리는, 존재 가치를 다 날려버리는 한마디로 그런 사건이잖아요. 이게 말이 되냐고요."
고등학교 교사였던 이우정(가명) 선생님도 학부모와 학생이 제기한 성희롱 민원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교육부 감사 결과 성희롱 혐의는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이 때 민원보다 이 선생님을 더 괴롭게 했던 것은 학교 내부의 무관심과 배제였습니다.
학교는 교사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기보단 오로지 민원을 무마하는 데에만 집중했습니다.
[이우정 (가명) / 전 고등학교 교사]
"아주 공평하게, 중립적인 위치에서 아이 이야기도 다 듣고, 또 선생님 입장에서도 이야기 듣고, 중재해 주는 그런 시스템을 한번 활용하도록 했으면 좋았죠. 괜찮았죠. 근데 그런 걸 못했죠. 제가 그걸 하자고 했었는데도 불구하고, 교장은 학부모의 민원에 시달리면서 그냥 빨리 도망가고 싶은 그런 마음이 많았었죠. 내 얘기를 안 듣고 학부모가 이러니까 학교에서도 어쩔 수 없다, 그래서 감사를 신청할 수밖에 없다 하면서…"
성희롱 혐의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해당 민원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 선생님은 정작 다른 이유로 인사 조치 당했습니다.
학교를 답답해하던 학생들을 위해 종종 학교 밖 공간에서 상담을 진행했는데, 이를 '무단 외출'이라고 지적한 겁니다.
[이우정 (가명) / 전 고등학교 교사]
"(교사들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서) 겉으로는 학부모의 갑질 민원 문제 이러잖아요. 악성 민원 이러는데, 실제로는 그 뒤에 관리자나 교육청의 대응이 선생님을 전혀 도와주지 않고, 너무 외롭게 만드는 거예요. 선생님은 그게 힘든 거예요. 그래서 결국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되고, 혼자서 법적 싸움 다 해야 되잖아요 선생님이. 변호사비 대야 하지, 모든 게 혼자니까 그게 너무 벅찬 거예요. 그것을 보호해 주는 그 시스템이 없는 거죠."
현장 교사들은 "서이초 선생님의 안타까운 죽음을 비롯한 잇단 교사들의 죽음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들은 "지금은 학생이나 학부모가 악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교사를 신고하더라도, 억울하게 당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직위해제부터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사실관계와 과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모든 책임을 교사 개인에게 떠넘기는 구조"라며 "법적 보호장치가 절실하다"고 말했습니다.
CBS뉴스 오요셉입니다.
[영상기자 정용현] [영상편집 서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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