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회복 기획① "일단 신고 당하면 '직위 해제'…교사 보호장치 전무"

CBS노컷뉴스 오요셉 기자 2023. 9. 12.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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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교육 활동' 고려하지 않는 악의적 아동학대 신고
경찰조사·교육청 감사·징계·재판 등 일련의 과정 부담
학교 내부의 무관심과 배제가 더 큰 상처
"교사들의 잇단 죽음, 결코 남의 일 아냐"
"정확한 사실관계와 과실 여부 판단 과정 필요"
"모든 책임을 교사 개인이 지는 구조 바뀌어야"

[앵커]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교육현장의 심각한 교권침해 현실이 드러나며 교사의 교육활동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CBS뉴스는 두 차례에 걸쳐 교권침해 현실을 돌아보고, 공교육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들을 모색해보려 하는데요.

먼저, 교사들의 목소리를 통해 교육 현장의 어려움을 들어봤습니다.

오요셉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0여 년 간 초등학교 교편을 잡아온 김경숙(가명) 선생님.

몇 해 전 발생한 한 사건은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았습니다.

분노조절에 어려움을 겪던 한 학생이 동급생과 몸싸움을 벌여 이를 강제적으로 떼어 놓았는데, 그 과정에서 상처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신고를 당한 겁니다.

일단 신고가 접수되자, 경찰 조사와 교육청 감사, 재판, 징계 등 일련의 과정이 진행되었고 선생님은 교단을 떠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김경숙(가명) / 초등교사]
"진단서 다 첨부하시고, 이렇게 우리 아이에게 모욕적으로 말했다, 왕따시켰다, 이런 걸로 아동학대 신고가 된 거죠. 그리고 바로 담임 교체가 됐고, 저는 이제 직위 해제되어서 집에서 쉬게 되었고, 계속 병원 다니면서 약 먹고, 여러 가지 공황장애나 불면증 이런 거는 말할 것도 없어요. 상담 치료를 계속해야 했었고, 너무 비참하고 분통이 터지는 것도 있고, 내가 진짜 자질이 없나 (자책했어요)."

재판부의 판결 이후 김 선생님이 다시 교단으로 돌아오기까지는 2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교직으로 복귀했지만 지금도 비슷한 학생과 학부모만 봐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먼 길을 돌아 피해갈 정도로 깊은 마음의 상처를 안게 됐습니다.

[김경숙(가명) / 초등학교 교사]
"교육이라는 것은 때로는 아이한테 소리치고 혼내기도 하거든요. 때로는 달래기도 하거든요. 그런 여러 가지가 있는 거예요. 그런데 딱 하나를 떼 가지고 그 맥락을 보지 않고 '너는 아동 학대자'야 (신고해버리죠.) 그 한 5분의 짧은 사건이 내 인생을 통틀어서 모든 걸 다 날려버리는, 존재 가치를 다 날려버리는 한마디로 그런 사건이잖아요. 이게 말이 되냐고요."


고등학교 교사였던 이우정(가명) 선생님도 학부모와 학생이 제기한 성희롱 민원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교육부 감사 결과 성희롱 혐의는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이 때 민원보다 이 선생님을 더 괴롭게 했던 것은 학교 내부의 무관심과 배제였습니다.

학교는 교사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기보단 오로지 민원을 무마하는 데에만 집중했습니다.

[이우정 (가명) / 전 고등학교 교사]
"아주 공평하게, 중립적인 위치에서 아이 이야기도 다 듣고, 또 선생님 입장에서도 이야기 듣고, 중재해 주는 그런 시스템을 한번 활용하도록 했으면 좋았죠. 괜찮았죠. 근데 그런 걸 못했죠. 제가 그걸 하자고 했었는데도 불구하고, 교장은 학부모의 민원에 시달리면서 그냥 빨리 도망가고 싶은 그런 마음이 많았었죠. 내 얘기를 안 듣고 학부모가 이러니까 학교에서도 어쩔 수 없다, 그래서 감사를 신청할 수밖에 없다 하면서…"

성희롱 혐의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해당 민원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 선생님은 정작 다른 이유로 인사 조치 당했습니다.

학교를 답답해하던 학생들을 위해 종종 학교 밖 공간에서 상담을 진행했는데, 이를 '무단 외출'이라고 지적한 겁니다.

[이우정 (가명) / 전 고등학교 교사]
"(교사들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서) 겉으로는 학부모의 갑질 민원 문제 이러잖아요. 악성 민원 이러는데, 실제로는 그 뒤에 관리자나 교육청의 대응이 선생님을 전혀 도와주지 않고, 너무 외롭게 만드는 거예요. 선생님은 그게 힘든 거예요. 그래서 결국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되고, 혼자서 법적 싸움 다 해야 되잖아요 선생님이. 변호사비 대야 하지, 모든 게 혼자니까 그게 너무 벅찬 거예요. 그것을 보호해 주는 그 시스템이 없는 거죠."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대학교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장 교사들은 "서이초 선생님의 안타까운 죽음을 비롯한 잇단 교사들의 죽음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들은 "지금은 학생이나 학부모가 악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교사를 신고하더라도, 억울하게 당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직위해제부터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사실관계와 과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모든 책임을 교사 개인에게 떠넘기는 구조"라며 "법적 보호장치가 절실하다"고 말했습니다.

CBS뉴스 오요셉입니다.

9일 오후 악성민원으로 세상을 뜬 대전 초등 교사가 재직하던 유성구 한 초등학교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은 학생과 학부모가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상기자 정용현] [영상편집 서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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