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무기·러 기술’ 교환 유력…국제사회에 ‘반미 연대’ 과시

박광연 기자 2023. 9. 12.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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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푸틴 회담 의제는
출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평양에서 러시아행 열차에 탑승하기 전 환송 나온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양국 ‘군사협력’이 우선순위
대북 제재 문제 거론되지만
러시아 입장에선 부담도 커
한·미·일 안보협력 겨냥한
북·러 공동 메시지 가능성
김, 우크라 전쟁 언급도 주목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핵심 의제는 무기 거래를 포함한 군사협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북 인도적 지원과 유엔의 대북 제재 문제도 논의될 수 있다는 러시아 당국자 발언도 12일 나왔다. 북·러 정상이 동북아시아 ‘신냉전’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정세 인식을 공유하며 반미 연대를 과시할 가능성이 크다.

북·러 정상회담의 핵심적인 의제는 군사협력 강화 방안일 것이라는 관측이 다수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에 필요한 재래식 무기 등 군수 물자를 북한에서 받고, 북한은 핵·미사일 고도화에 필수적인 첨단 기술을 러시아로부터 지원받으려 할 것이라고 국제사회는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무기 거래’는 양국의 시급한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진다. 전쟁 장기화로 군수 물자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러시아는 서방의 첨단 무기를 갖춘 우크라이나군의 계속된 대반격에 맞설 무기가 절실하다. 북한은 한·미·일 안보협력이 ‘준군사동맹’ 수준으로 격상된 상황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핵·미사일과 군사정찰위성, 핵 추진 잠수함 등 핵 무력 고도화에 속도를 낼 기술이 필요하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자와 통화하며 “북·러 군사협력은 단기적으로 한·미·일에 직접 대응할 수 있는 해상·공중 연합훈련, 미사일 방어훈련이 논의될 수 있다”면서 “중장기적으로 잠수함, ICBM, 군사정찰위성 개발과 관련한 인적 교류를 통해 점진적으로 기술을 전수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식량, 에너지, 물류 분야 등에서의 경제협력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이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의 방러 기간 러시아 하산역과 북한 나진항 간 철도 연결사업이 논의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식량난 등 경제 문제가 심각한 만큼 대북 인도적 지원 문제도 다뤄질 수 있다. 루덴코 차관은 이날 동방경제포럼(EEF)에서 “모든 이슈들이 논의될 수 있다. 인도적 지원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서 제외된다”며 “제재들이 있지만 식량에 대해서는 아니다”라고 인도적 지원 논의를 시사했다.

유엔 안보리 중심의 대북 제재 문제도 북·러 정상회담 의제로 거론된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필요하다면 우리는 북한 동무들과 대북 유엔 제재에 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고 스푸트니크통신이 보도했다.

대북 제재 논의 가능성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가 양국 간 군사·경제 분야의 대북 제재를 완화해 사실상 무력화하는 수순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반면 러시아가 대북 제재를 결정하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만큼 ‘자기 부정’을 하고 국제사회의 거센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대북 제재를 완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일종의 대북 ‘립서비스’에 불과하다는 해석이다.

북·러 정상은 동북아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세에 대한 인식을 공유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미국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을 계기로 준군사동맹 수준으로 격상된 동북아에서의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력하게 규탄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동북아 정세 악화 책임을 한·미·일에 돌리며 북·중 군사연대 강화와 북한 핵 무력 고도화를 정당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직접적인 메시지를 낼지 주목된다. 북한은 그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전적으로 두둔해왔지만 김 위원장이 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김 위원장의 우크라이나 전쟁 지지와 대러 무기 지원이 이뤄지면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거센 반발 등 국제사회에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한·미,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북·러 정상의 의견 교환이 이뤄질 것”이라면서 “제재 문제의 경우 미국이 너무 강한 태도로 일관하기 때문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정세 인식 차원에서 다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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