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카르텔까지 연루... 다국적 마약 조직원 8명 검거
“Hey, Trust me(헤이, 날 믿어).”
지난 2일 오후 서울 은평구의 한 도로 옆 인도. 마약 유통책으로 위장한 경찰은 미국인 마약 밀수책 A(29)씨를 만났다. A씨는 경찰에게 가방을 건넸는데, 가방 안은 비어 있었다. 이를 본 경찰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자 A씨는 “나를 믿어라”며 가방 옆면을 보라고 했다고 한다. 옆면을 찢자 진공 포장된 필로폰 1.9㎏이 나왔고, A씨는 현장에서 체포됐다.
A씨는 미국인 B(29)씨의 도움을 받아 한국에 입국했다고 한다. 둘은 지난 2015년 11월 태국 파타야 마약 조직에서 활동하다 두목을 살해·암매장한 혐의로 태국 경찰에 쫓기고 있었다. 미국 마약단속국(DEA) 역시 이들의 동향을 추적 중이었다. B씨가 멕시코 마약 카르텔과 연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총경 안동현)는 필로폰을 밀수하고 국내에 유통시킨 피의자 10명 중 8명을 검거하고, 그중 6명을 구속했다고 12일 밝혔다. 중국 체류 중인 중국인 총책 C(29)씨와 미국인 밀수입책 B씨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 수배를 요청한 상태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21년 11월부터 국내에 마약 유통을 시작했다. 미국 외 여러 나라에서 마약을 밀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약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기존에 알려진 ‘던지기’ 수법 대신 공원 인근 야산 땅속에 마약을 숨겼다. 이들이 마약을 숨긴 산은 인천 도심 한가운데 있었다.
경찰은 전국 주요 도시에서 마약을 판매하는 다국적 조직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지난 7월 수사에 착수했다. 마약 거래 현장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경찰은 국내 유통책 7명을 먼저 검거했다. 그 후 관광 비자로 입국한 밀수책 A씨를 위장 수사로 붙잡았다. 밀수책으로부터 마약을 받아 합성 대마를 제조한 베트남인도 잡았다. 이 베트남인은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합성 대마를 만들었다고 한다.
경찰은 중국인 총책 C씨를 추적 중이다. C씨는 중국에서 텔레그램을 이용해 구매자를 유인했다. 야구 배트, 자전거 안장, 주방용품 등을 이용해 마약을 항공 특송 화물로 국내에 밀반입했다. C씨 역시 미 마약단속국의 감시망에 있었다고 한다.
경찰은 이번 사건으로 7만6000여 명분의 필로폰 2.3㎏을 압수했다. 약 76억원어치다. 3억4000만원 상당의 합성 대마 1355mL도 압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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