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 ‘총기 위협’받는 스웨덴
스웨덴은 범죄율이 낮고 안전한 복지국가로 인식되지만 최근의 스웨덴을 들여다보면 이는 오해다. 스웨덴에서는 총기 사고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370여건의 총기 사건이 발생해 62명이 사망하고, 100여명이 부상당했다. 스웨덴 국가범죄예방위원회 (BRA)의 보고서에 따르면 총기 사고로 인한 사망률은 유럽 평균의 2.5배에 달해 그 심각성을 보여준다. 스웨덴에서 발생하는 총격 사건 10건 중 8건이 조직범죄와 연관돼 있다. 특히 폭력 조직 간 마약을 둘러싼 문제가 총기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8월 말뫼와 에스킬스투나에선 마약 거래를 놓고 경쟁하는 가운데 상대 조직원을 겨냥한 총격 사건이 발생해 여성과 어린아이 등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당했다.
최근 총격 사고는 스웨덴 사회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 스웨덴은 최근 10여년 사이 가장 적극적으로 이민자를 받아들인 유럽 국가 중 하나로, 전체 인구 중 이민자의 비율이 약 20%에 달한다. 스웨덴 정부는 조직 총기 범죄가 이민자들을 스웨덴 사회로 통합시키는 데 실패함에 따라 발생한 현상으로 판단한다.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전 총리도 “대규모 이민은 피할 수 없었으나 이들을 통합하는 과정에 부족함이 있었다”고 인정한 바 있다. 스웨덴에 유입된 이민자들의 취업률은 자국민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고, 반이민 정서의 확대로 인해 이민자들은 설 곳을 잃어갔다. 스웨덴 정부는 난민과 이민자 유입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는 스웨덴 사회로부터 낙오된 이민자들이 조직범죄에 가담한다는 점을 문제로 보고 있다. 국가범죄예방위원회에서 발간한 보고서에도 “최근 총기 살인의 증가는 사회적으로 취약한 이민자 밀집 지역의 범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사회 변화는 정치 지형의 변화로도 이어졌다. 스웨덴인들은 조직범죄가 증가한 배경에 이민자들, 특히 무슬림계 이민자들이 있다고 보고 지난해 9월 총선에서 극우정당인 스웨덴민주당에 많은 표를 던졌다. 스웨덴민주당은 이민의 문을 좁게 하고, 스웨덴다움을 되찾자는 기치를 내걸며 반이민 정서를 내비쳐온 정당이다. 조직범죄, 총기 사고 등은 스웨덴민주당에 기회로 작용해 사민당에 이어 제2정당으로 도약하게 했다. 스웨덴민주당의 약진이 스웨덴 사회 내 반이민 정서를 강화해 더 많은 이민자 기반 조직범죄를 야기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특히 최근 스톡홀름에서는 이슬람 최대 명절에 이슬람 경전인 쿠란을 불태우는 1인 시위가 벌어지기도 하는 등 자국민-이민자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스웨덴 정부는 총기 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표 우범 지역 중 하나인 말뫼에서는 2018~2020년 ‘총격 중지 전략’을 수립해 운영했다. 이는 총기 사고에 책임이 있는 가해자뿐 아니라 가해자가 속한 전체 집단을 처벌하는 것이다. 총격 중지 전략 시행 이후 말뫼 지역 내 총기 사건 발생 건수는 2018년 47건에서 2020년 20건으로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 스웨덴 총기 사고가 예전보다 빈번하게 발생해 해당 전략의 효과와 정부·경찰 당국의 제재 방안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스웨덴의 안전한 복지국가 이미지가 총기와 마약 범죄로 퇴색된 지금, 스웨덴 정부와 사회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송지원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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