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물건 가득 쌓아놓고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

함민정 기자 2023. 9. 12.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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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집 안에 쓰레기를 가득 쌓아놓고 지내는 탓에, 본인은 물론 이웃에게까지 피해를 입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저장 강박증'이 의심되는 경우가 많은데, 전문가들은 치료와 관리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밀착카메라 함민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의 한 빌라입니다.

다섯평 조금 넘는 공간이 쓰레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현관에서 안쪽으로 들어가는 통로인데요, 보시다시피 쓰레기 때문에 들어가기가 어려울 정돕니다. 안쪽에 있는 화장실에도 휴지가 잔뜩 쌓여 있는데요, 더 들어가 볼까요. 발 디디기가 힘든데, 바로 옆쪽에는 이렇게 배달음식을 먹다가 남긴 것도 있고 옷들도 가득 쌓여 있습니다.

이곳에 사는 30대 남성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A씨 : 언젠가는 쓸 일이 있을 거 같은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있고 버려야지 해놓고 미루다 미루다 이게 쌓이는 경우도 있는 거 같고…]

[김현섭/특수청소업체 '에버그린' 대표 : 오랫동안 외부랑 소통이 단절돼서 쓰레기도 쌓여있고 오물도 쌓여있고 벌레들이 (확산된 상태…)]

열두평 남짓 공간이 쓰레기로 가득 찼습니다. 지금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악취가 나서 견디지 못할 정도인데요, 이쪽에 배달음식과 그리고 옷가지들이 뒤엉켜 있습니다.

현장에선 청소도구가 발견됐지만, 청소는 하지 않은 걸로 보입니다.

열한 세대가 살고 있는 빌라 앞에 다 쓴 부탄가스와 각종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습니다.

[이웃 주민 : 부탄가스 때문에 불안해서 못 살겠어. 냄새에 벌레에. (바퀴벌레가) 날아다닐 정도로.]

1층에 살고 있는 70대 여성은 쓰레기를 쌓아둔 채 치우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을 버리지 못하는 '저장강박증'을 의심합니다.

[권준수/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실제 가치가 없는데 그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물건이 버려지면 자기 자신이 버려지는 것 같다' 이런 사람들도 있고…]

주민들도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악취는 물론 위생과 화재 위험까지 있는 겁니다.

민원을 내도 해결이 쉽지 않습니다.

[주민센터 관계자 : 저장강박 세대는 본인들이 동의를 안 하시면 청소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정확한 대책을 만들려면 실태부터 알아야 하지만 정확한 통계도 없습니다.

[홍진표/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저장강박이)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에 비해서는 치료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개발된 것들이 부진한 게 현실입니다.]

전문가들은 쓰레기를 한 번 치우는 것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추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임명호/단국대 심리학과 교수 : 쓰레기를 완전히 치워도 6개월이나 1년 후에는 다시 또 꽉 들어차게 되거든요. 지속적으로 상담을 한다라든지 기저질환 치료를 받아야만…]

오늘 이곳에서 나온 쓰레기만 1톤이나 됩니다.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치워야 할 쓰레기는 더 늘어날 겁니다.

[작가 유승민 / VJ 박태용 / 인턴기자 김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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