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도 못 들고 가는 청정 호숫가에 ‘페인트 범벅’ 무슨 일이?
구조물에 페인트칠 후 방치
시, 음식물 반입 금지하면서
정작 유해물질로 토양 오염
광주 북구에 있는 ‘광주호 호수생태원’을 찾은 A씨는 지난 10일 공사가 한창인 생태탐방로를 보고 놀랐다. 호숫가에 설치된 수백m 길이의 적갈색 철제 구조물 밑이 페인트로 뒤덮여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생태원 입구에서는 직원들이 ‘호수를 오염시킨다’며 커피 등 음료 반입도 금지하던데, 정작 광주시가 진행한 공사가 호수를 오염시키고 있었다”고 말했다.
광주시 푸른도시사업소가 진행하고 있는 ‘광주호 호수생태원 목재 데크 산책로 정비공사’ 현장에서 구조물에 칠한 페인트가 호수 생태를 오염시키고 있는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푸른도시사업소는 지난 6월부터 7억7000만원 예산을 들여 호수생태원에 설치된 노후 목재 덱(deck·데크) 탐방로 3곳, 753m를 새로 만드는 공사를 하고 있다.
국립공원 무등산 자락에 있는 광주호 호수생태원은 왕버들과 메타세쿼이아 숲 등이 울창하다. 생태환경이 뛰어난 호숫가에 광주시는 2006년 자연관찰원과 습지 탐방로 등을 갖춘 호수생태원을 만들었다.
무등산과 소쇄원, 천연기념물인 충효동 왕버들 군락과 인접한 호수생태원은 광주 시민들이 즐겨 찾는 휴식공간 중 한 곳이다. 호수를 보호하기 위해 광주시는 물을 제외한 모든 음식물 반입과 반려동물 입장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데크 공사 현장에서 철제 구조물에 페인트를 칠하면서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푸른도시사업소는 “호수 수위가 높아지면 탐방로 기둥 등이 물에 잠기기 때문에 녹을 방지하고자 페인트칠을 한 것”이라면서 “페인트가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천막 등을 설치했어야 하는데 미흡했다”고 설명했다.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국장은 “환경훼손을 막기 위해 탐방로를 만드는 것인데 공사 관리 부실로 오히려 오염물질이 호수로 들어갔다”면서 “환경오염으로 신고해야 할 사안이며 오염된 흙을 모두 걷어내 복원해야 한다”고 했다.
광주시 푸른도시사업소는 경향신문 취재 이후 “호숫가의 오염된 흙을 모두 걷어내고 웅덩이에 뜬 페인트는 흡착포 등을 이용해 제거하고 있다”면서 “오염을 막을 수 있는 조치를 하겠다”고 밝혀왔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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