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증거’ 없다? 檢 ‘줄 소환’에도 당당한 이재명
“증거 하나도 제시 못 해…특수부 검사 동원해 사건 조작”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제3자뇌물혐의를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오후 2차 조사를 마치고 4시간40분만에 귀가했다. 이 대표를 겨냥해 검찰이 구속 영장을 청구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이날 조사를 마친 이 대표는 미소까지 띠며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검찰이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이날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약 1시간50분 만인 이날 오후 3시28분께 이 대표의 2차 피의자 신문을 마쳤다. 검찰은 이날 단식 13일째인 이 대표 건강 상태를 고려해 질문을 대폭 줄여 신속하게 조사를 종료했다.
이날 조사에서 검찰은 이 대표에게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중 경기도지사 방북비 300만 달러 대납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고 한다. △이 대표가 방북을 추진한 것이 맞는지 △방북 과정에 쌍방울이 개입된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쌍방울이 방북비를 대납한 사실을 보고받았는지 등을 케물었다는 후문이다.
검찰의 계속된 추궁에도 이 대표는 덤덤히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9일에 제출한 서면 진술서로 답을 갈음한다"고 말한 뒤 방북 추진에 관한 질문에는 "나는 모르는 일이고 이화영이 다 한 일"이라며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를 마친 이 대표는 검찰의 '조작 수사'를 주장했다. 검찰이 물증이 아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증언 등에만 의존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6시11분께 2차 조사를 마친 뒤 수원지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왜 불렀는지 모르겠다. 역시 증거란 하나도 제시 못 했다"며 "형식적인 질문하기 위해 두차례나 소환해서 신문하는 게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이 아닌 증거라는 게 있을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의미 없는 문서 확인하거나 이런 걸로 아까운 시간 다 보냈다"며 "아무리 검찰이 지배하는 나라가 됐다고 해도 총칼로 사람을 고문해서 사건 조작하던 것을 이제 특수부 검사들을 동원해서 사건 조작하는 걸로 바뀐 거밖에 더 있냐"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제 정신 차리고 국민 주권을 인정하고 주어진 권력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제대로 사용하길 바란다"며 "결국 사필귀정이다. 잠시 억압하고 왜곡, 조작할 수 있겠지만 오래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제3자뇌물 혐의를 어떻게 소명했느냐"고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 관계 없는 혐의를 엮으려고 하니까 잘 안 되는 모양"이라고 답했다.
이날 조사에 입회한 박균택 변호사는 "이 대표가 방북 내용을 보고 받은 적 없냐"는 취재진 질문에 "(대북사업을) 추진하는 입장이었으나 그 과정에서 불법은 없었다"며 "관인 찍혀있다고 도지사가 한 일이라 보면 안 된다. 부지사 전결이라고 찍혀있기 때문에 부지사 최종 결재인 걸 알면서 그렇게 왜곡하면 잘못"이라고 설명했다.
또 "김성태와 이화영의 공소장에서 돈을 준 시기, 장소, 받은 사람 등 범죄 사실이 달라 전반적으로 돈을 준 사실 자체도 일부 믿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2019년 쌍방울이 경기도 대신 북측에 800만 달러를 보내는 과정에서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대표가 인도적 지원을 핑계 삼아 도지사 방북이 성사되도록 스마트팜 지원과 15억원 상당의 묘목 및 밀가루 지원 등의 대북 지원을 추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날 조사를 마치는 대로 백현동 개발 비리 혐의를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 1부(부장 엄희준)에 사건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중앙지검 수사팀은 두 사건을 한데 묶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르면 이번 주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국회 본회의가 예정된 오는 21일과 25일 중 체포동의안 국회 표결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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