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문항과 불안 마케팅 [최대환의 열쇠 말]
최대환 앵커>
대한민국 교육계에서 가장 큰 힘을 가진 존재는 장관도 교육감도 아닌 '옆집'이란 말이 있습니다.
옆집 아이가 다니는 학원은 우리 아이도 가야 하고, 족집게 과외를 받으면 빚을 내서라도 따라 해야 하는 학부모들의 심리를 빗댄, 결코 웃을 수만은 없는 우스갯소리인데요.
이렇게 기둥 뿌리가 뽑히더라도 학원과 과외는 필수라는 인식의 이면에는, 바로 사교육 업계의 '불안 마케팅'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교육을 따로 받지 않으면 도무지 풀 수 없는 초고난도 문제인 '킬러 문항'의 존재가 불안 마케팅의 핵심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입니다.
학교 수업과 EBS 연계 강좌만 충실히 들어도 수능에서 높은 성취를 이룰 수 있으려면, 일부 교육계와 사교육 업계 간의 암묵적 카르텔에 의해 유지돼온 킬러 문항 출제 관행부터 제거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공정한 수능'을 위한 첫 시험대가 될 9월 모의평가가 치러졌습니다.
교육과정평가원은 모든 과목에서 킬러 문항을 배제하고 공교육과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출제했다고 밝혔는데요.
다만 그랬을 때 변별력이 문제였는데, 질문과 선택지를 까다롭게 구성해 변별력 또한 확보했다는 평가입니다.
대입에서 전국 1등을 한 학생이 '학교 수업을 바탕으로 교과서로 충실히 공부했다'고 인터뷰하면, 실제 사실 여부를 떠나서 어떤 학부모도 그 말을 믿지 못하는 사회, 분명 정상은 아닙니다.
수능을 준비하고 치르는 일이 '배운 걸 확인한다'는 시험의 본질에 충실해질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정책의 자물쇠를 여는 열쇠 말, '킬러 문항과 불안 마케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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