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칼럼] 오염수 정보 아는 데 소송이 필요한가
법원에 소장을 내지 않을 수 없다. 무더웠던 지난달, 서울행정법원에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정보공개 소송을 제기했다. 첫 재판이 오는 10월27일 열린다. 나는 무엇을 알기 위해 정보공개 소송을 해야만 했는가? 무슨 대단한 비밀 정보가 아니다. 나는 그저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일본에 어떤 수준의 오염수 자료를 달라고 요구했는지 점검하고 싶었다.
2021년 4월,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를 일방적으로 공식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때였다. 해양수산부는 이미 2019년 런던의정서 당사국 총회에서 일본의 해양 투기 문제를 제기했다. 2006년 발효한 런던의정서는 일체의 방사능 폐기물의 해양 투기를 금지한다. 그러나 원안위는 해수부와 달랐다. 일본의 공식 발표로부터 3개월이 지난 2021년 7월이었다. 나는 원안위원장에게 일본으로부터 받은 오염수 정보 공개를 요청했으나 그는 거부했다.
그러는 사이 일본은 원자력법에 따른 오염수 해양 투기 인가 절차를 차근차근 진행했다. 그렇다! 오염수 해양 투기를 시행하는 도쿄전력은 일본 국내법상 ‘원자력 사업자’이다. 해가 바뀌어 2022년 2월, 나는 다시 원안위원장에게 정보공개를 요구했다. 도쿄전력이 방사선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이것을 어떻게 검토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그러나 그는 다시 정보 공개를 거부했다.
나는 직감했다. 그리고 애가 탔다. 원안위는 일본의 오염수에 대한 과학적 평가를 스스로 할 의사가 없구나! 사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는 일본에는 커다란 난제였다. 여전히 일본 국민들에게는 고통이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7등급 대참사였다. 일본 시민단체인 원자력자료정보실(CNIC)의 마쓰쿠보 하지메 사무국장이 이달 국제회의에서 발표했듯이 후쿠시마 사고 원전에서는 여전히 오염수가 바다로 유출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처리해 바다에 버리려는 일부 오염수 또한 원전 사고로 녹아내려 격납고를 뚫고 나간 핵 연료봉에 냉각수와 지하수, 비가 직접 노출된 상태였다.
그러므로 한국의 원안위원장은 일본에 오염수 자체의 정보를 요구해야 했다. 30년 이상, 아니 일본의 원자력 전문가들이 염려하듯이 100년이 걸릴지 모를 사고 원전 폐로 시기에 장기간 방출될 오염수의 방사선 환경영향평가를 독자적으로 진행해야 했다. 그렇게 해서 국민의 신뢰를 확보했어야 했다. 도쿄전력의 방사선 환경영향평가를 한국 정부가 객관적으로 검토하고 분석해 한국민의 염려를 일본에 전달하고 상황을 개선시켜야 했다.
나는 거듭 정보공개 청구라는 방법으로 원안위에 독자적 분석을 요구했다. 내가 올 5월에 공개를 청구한 오염수 정보에는, 2022년 2월 일본에 질의한 방사선 영향평가 검토 기준도 있다. 그러나 원안위는 끝내 어떠한 오염수 정보도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올 7월7일 원자력안전기술원의 검토보고서를 내놓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도쿄전력의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지지하는 포괄적 보고서를 발표한 지 이틀 후였다. 나는 한국 정부의 보고서를 보고 매우 놀랐다. 거기에는 도쿄전력의 보고서도 담지 못한 내용이 들어 있었다. 지금의 후쿠시마 바다에 오염수가 방출되더라도 삼중수소 농도는 한국 주변 해역에서 평상시 검출될 수 있는 환경준위에 해당한다고 썼다. 그리고 후쿠시마 바다에서 잡힌 어류를 연간 69.35㎏을 먹어도 안전하다는 도쿄전력의 평가가 적절하다고 했다. 세슘 안전 기준치를 180배 초과한 우럭 발견에 대해서는 일절 평가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올 7월에 원안위원장에게 다시 오염수 정보공개를 요구했다. 그러나 거부당했다. 그로 인해 서울행정법원에 원전 오염수 정보공개 소장을 내지 않을 수 없었다. 국민이 원전 오염수 정보를 알아야 하는데 소송이 필요한가? 한국은 원자력안전 정보공개 및 소통에 관한 법률을 가진 나라이다.
급기야 올 7월, 한국해양수산개발원·한국환경연구원 등이 작성한 오염수 대응 보고서마저 비공개 처리됐다. ‘원전 오염수 대응전략 수립을 위한 기초연구’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의 요약은 ‘오염은 국가관할권의 경계를 고려하지 않는다’로 시작한다. 이 보고서가 제시한 11대 추진 과제에는 내가 2년 전부터 주장한 내용이 이제야 그대로 들어 있다. ‘해양 환경영향 평가를 실시하기 위한 평가기준 및 방법을 개발’한다는 내용이었다.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마저 후쿠시마 수산물에 대한 위험평가 보고서도 비공개 처분했다. 그래서 거듭 묻는다. 오염수 정보를 아는 데 소송이 필요한가?
송기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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