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버스' 단속 유예한다지만…현장선 불안 목소리
[EBS 뉴스]
초등학생 수학여행이나 체험학습을 갈 때도 전체가 노란색인 통학버스만 타야 한다는 법제처의 해석이 나온 뒤 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교육 당국과 경찰청은 일단 단속을 유예하겠다고 밝혔는데요.
학교 현장의 불만은 여전합니다.
우선 영상보고 오시겠습니다.
[VCR]
법제처 지난해 10월 유권해석
"어린이 수학여행도 통학…노란버스' 이용해야"
올해 7월 경찰청→교육부→교육청
"체험학습에 전세버스 안돼" 통보
2학기 수학여행·체험학습 앞두고
유치원·초등학교 현장 '날벼락'
학교들 부랴부랴 수학여행 취소·변경
"통학버스 구하라" 혼란
교육부 "단속 유예" 교육감 "교육청이 법적 책임"
교육 당국 약속에도 현장 불안은 계속
'노란버스' 논란,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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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아 앵커
현장교사의 의견 직접 들어봅니다.
전북 부남초등학교 교사이자 전북교총 정책연구위원장을 맡고 있는 오준영 선생님과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선생님 어서오세요.
앞서 영상에서도 소개가 됐지만 현장 체험학습 전세버스와 이용과 관련해서 지금 어떤 논란이 있는 건지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오준영 전북 부남초등학교 교사 / 전북교총 정책연구위원장
어린이 통학버스는 길에서 쉽게 보실 수 있는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타는 노란버스입니다.
어린이 통학버스는 단순히 색깔 뿐 아니라 앞면과 뒷면의 승하차 표시등, 승강구 발판, 차량 내부에 학생이 남아있지 않은지 확인하는 하차 확인 장치 등 도로교통법과 관계 법령에 '어린이통학버스'에 대한 요건을 갖추고 관할경찰서에 신고를 한 후 운행할 수 있습니다.
최근 법제처는 해당 법령을 현장체험학습에 이용하는 전세버스가 '어린이 통학버스'신고 대상에 포함된다고 해석하였는데요.
다시 말하면 유치원과 초등학생들은 '어린이 통학버스' 요건을 갖추지 못한 차량으로 현장체험학습을 가게 되면 위법한 일이 된다는 말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일선 전세버스 업체가 '어린이 통학버스' 요건을 갖춘 차량을 충분히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학교는 교육계획에 편성된 현장체험학습을 '적법하지 않은 차량'으로 추진할지, 취소해야 할지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혼란이 상당할 것 같은데 논란과 관련해서 교총에서 긴급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결과 어땠습니까?
오준영 전북 부남초등학교 교사 / 전북교총 정책연구위원장
네, 한국교총은 지난 7일~8일 전국 유초등교원 1만 2,154명 대상으로 관련된 현장체험학습 관련 긴급 설문을 실시했는데요.
계획한 일정상 부득이 진행한다고 응답한 학교가 30.5%, 위법행위로 판단해 취소했다고 응답한 학교가 29.7%, 현재 논의 중이다 라고 응답한 학교가 29.6%로 현장의 혼란을 그대로 증명하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서현아 앵커
그야말로 학교 현장의 고민이 그대로 녹아 있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선생님께서 계신 학교는 어떻게 하실 계획입니까?
오준영 전북 부남초등학교 교사 / 전북교총 정책연구위원장
저희도 학교 구성원들이 긴급하게 협의를 했고요.
협의 하에 11월 2일 예정된 현장체험학습을 매뉴얼을 준수하여 안전하게 다녀오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일단 교육부와 경찰청은 이번 학기, 전세버스 이용에 대해 단속을 유예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장 반응은 어떻습니까?
오준영 전북 부남초등학교 교사 / 전북교총 정책연구위원장
경찰청은 법제처의 해석 이후 학교의 혼란이 가중되자 급히 위법한 차량에 대한 단속이 아닌 계도, 홍보를 할테니 2학기 학사일정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해 달라는 공문을 보내왔습니다.
시도교육청 역시 학교에 같은 내용의 공문을 학교로 보내왔습니다.
도로교통법에 적법하지 않은 어린이통학차량 운행에 대한 책임은 '운전자' 와 '운영자'로 되어있어 부담은 크지 않아 보일 수 있습니다만, 선생님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교총의 설문결과 현장체험학습 중 불의의 사고로 인한 학부모의 민원, 고소고발 등이 걱정된다고 응답한 교원이 97.3%로 사실상 모든 교원이 "단속을 유예한다고 해서 불법이 합법이 되는 것은 아니며, 학부모들의 민형사 소송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선생님들께서 상당히 불안해하시는 것 같은데 부산이나 충북 같은 일부 교육청에서는 교육청이 책임을 떠안겠다고 약속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현장 불안감 여전하다고요?
오준영 전북 부남초등학교 교사 / 전북교총 정책연구위원장
네, 제가 있는 시도교육청에서도 "형사상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 보험처리도 기존과 동일하다, 보호자가 제기할 수 있는 민사상 책임에 대해서 교육청이 공동대응 하겠다, 교사에게 통학버스와 관련한 행정처분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다시 보내왔습니다.
이 정도면 현장에서 우려하는 상당 부분을 해소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불안감이 쉽게 가시지 않는 이유를 찾아보자면요.
고 서이초 선생님 49재이자 공교육 멈춤의 날이었죠, 그날 보였던 교육당국의 갈팡질팡한 모습 때문에 교육당국이 책임지겠다고 밝힌 부분을 신뢰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이 이외에도 이미 계약을 체결했다가 취소해야 되는 학교들 그러면 위약금이 발생하지 않습니까? 이런 학교들에 대한 해법도 아직 제시되지 않은 것들도 있고 또 체험학습 취소로 이어진 학교에 대한 대체 프로그램 개발 제시, 이런 것도 아직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아직 좀 불안하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서현아 앵커
믿음을 주기에는 부족하다, 일단 당장 학사 일정에 차질이 생겨서도 안 되겠고요.
그렇다고 이 같은 불법 상황을 유예만 해서도 안 될 텐데 어떻게 돌파구를 찾아야 할까요?
오준영 전북 부남초등학교 교사 / 전북교총 정책연구위원장
단순히 체험학습 실시만을 목표로 대안을 생각해보자면, 학교로 찾아오는 체험 프로그램으로 체험학습을 대신할 수도 있겠고요.
아주 오래전에 우리가 그랬듯이 학교 주변의 시설들을 걸어서 체험하는 체험학습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
또 적법한 차량을 이용할 수는 없지만 체험학습 매뉴얼을 준수해 가면서 안전하게 다녀오겠다라는 내용의 체험학습 신청서를 우리 보호자에게 먼저 받아두는 방법도 있을 수 있겠는데요.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선생님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하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꾸만 언론에서 쏟아지고 있는 세상을 등진 선생님들에 대한 가슴 아픈 소식들 학교 현장 분위기를 매우 우울하고 소극적으로 만들고 있거든요.
선생님들은 잘 알고 계세요.
체험학습이 취소됨으로 인해서 우리 학생들이 얼마나 안타깝고 속상해하는지 그리고 또 학생만큼 아쉽고 미안한 마음 선생님들도 충분히 가지고 계시고 저도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위법한 행위를 강행하거나 강요할 수는 없기 때문에 지금은 학교의 판단과 결정을 존중해 줘야 될 때가 아닌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노란 버스 논란과 관련해서도 교권 이슈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 때보다 선생님들의 고충이 큰 시기인데 정상적인 학사 운영이 되도록 교육당국과 현장에 힘을 모아야겠습니다.
선생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오준영 전북 부남초등학교 교사 / 전북교총 정책연구위원장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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