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뉴스]
올해 5월에는 천안의 고3 학생이, 6월에는 경기도의 한 초등학생이 학교폭력 피해를 호소하며 숨진 일이 있었습니다.
학교폭력에 대한 대책이 쏟아져 나온 뒤에도 피해 학생들의 고통은 나아진 게 없다는 건데요.
실제로도, 피해학생 3명 가운데 1명은 학교폭력 조치 이후에도 피해를 극복하지 못 하고, 극단적 선택을 고려하는 학생도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진태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초등학생 때부터 7년 동안 동급생들에게 집단으로 괴롭힘을 당한 A씨.
학교가 바뀔 때마다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학교에선 강제로 화해를 권유할 뿐, 바뀌는 건 없었습니다.
인터뷰: 학교폭력 피해 경험자 24세
"선생님께서 저를 보호하시다 가해자들에게 대신 맞는 일이 있을 정도로 심각해졌지만 결국 이 사건들은 해결되지 못한 채 (초등학교를)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가해 학생들의 보복으로 괴롭힘이 심해지면서, 등교하지 못하는 날들이 늘어갔습니다.
인터뷰: 학교폭력 피해 경험자 24세
"등교를 못하는 날이 늘어나 자퇴를 고민해야 했고, 여러 번의 자살 시도와 자해로 제 상황을 표출하기도 했습니다."
학교폭력 예방 단체 ‘푸른나무재단’이 초중고등학생 7천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교폭력 피해로 자살이나 자해 충동을 경험한 경우는 10명 중 4명에 달했습니다.
전년도 26.8%보다 12%p 늘어난 수칩니다.
학교급별로 보면, 학교폭력을 경험한 중학생 절반 이상이, 고등학생은 절반 가까이 자살이나 자해 충동을 느낀 걸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최선희 상담본부장 / 푸른나무재단
"(저학년 때부터) 작은 갈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계속해서 지속된 피해가 가중됐을 때 힘들고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하게 하는 거 아닌가 이런 분석을 하고 있고…."
피해 학생 10명 중 3명은, 학교폭력 조치 처분 이후에도 피해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걸로 조사됐습니다.
학교에서 가해 학생들을 계속해서 만나야 하는 상황을 견디지 못하는 게 큰 이유였습니다.
실제로, 푸른나무재단이 운영하는 전담지원기관에서, 학교폭력 피해로 등교하지 못한 학생을 보호한 사례는 2년 만에 2배 이상 늘었습니다.
인터뷰: 김석민 팀장 / 푸른나무재단 학교폭력 SOS 센터
"(피해, 가해 학생 즉시분리기간) 7일 정도에 대해서 안정을 찾고 바로 학교를 돌아가기에는 현실적으로 조금 어려움은 있다고 판단이 들기 때문에 피해 학생을 위한 보호 시설이라든가 보호센터 기관 이런 것들이 많이 확충되어야 된다."
학교폭력 피해 유형은 사이버폭력이 25.8%로 가장 많았고,
언어폭력과 괴롭힘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특히, 학교폭력은 여러 유형이 뒤섞여 나타났는데, 피해 학생 1명이 경험한 학교폭력 유형 수는 3.8개로 2년 전보다 2배 이상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도움을 요청해도 잘 해결될 것 같지 않다는 이유로 주변에 도움을 구하지 않는 학생도 많아, 실제 피해는 이보다 더 심각할 걸로 보입니다.
EBS뉴스 진태희입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