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뺨에 맞았다니?” “인민재판?” 대전 교사 유족 측, 학부모 명예훼손 고발 방침
대전에서 일부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대전 교사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로 지목돼 온라인 상에 ‘신상이 털린’ 학부모들이 입장문을 올렸다 되레 논란을 더욱 키운 모양새다. 교사 유족 측은 해당 학부모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겠다는 방침이다.
12일 A 교사 유족과 교사노조는 “(학부모 입장문에서) ‘인민재판’과 ‘병가로 회피’ 등의 표현은 고인을 모독하는 행위”이라며 “명예훼손으로 고발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A 교사를 상대로 악성 민원을 넣은 것으로 알려진 ‘미용실 원장’ B씨는 지난 11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고 싶다”라며 긴 글을 올렸다.
B씨는 “(아이가) 같은 반 친구와 놀다가 손이 친구 뺨에 맞았고, 그로 인해 선생님이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제 아이와 뺨을 맞은 친구를 반 아이들 앞에 서게 해 사과하라고 했지만, 제 아이는 이미 겁을 먹어 입을 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 아이는) 선생님이 정한 벌이 아닌 아이들이 정한 벌을 받아야 했다”면서 “아이는 이런 상황이 무섭고 힘들어 손으로 귀를 막고 있었으나 선생님은 ‘손을 내리라’고 하셨고, 교장실로 아이는 보내졌다”고 했다.
B씨는 “훈육 과정에서 학급회의 시간을 마련해 안건을 제시하는 것도 아닌, 인민재판식의 처벌 방식은 8살 아이에게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아 지양해 달라고 선생님께 요청드렸다”면서 “면담 다음 날 (아이를) 일찍 등교시켜 선생님께 죄송하다고 말하라고 시킬 테니 안아주며 미안했다는 말을 해달라고 부탁드렸고 선생님이 승낙하시면서 면담이 종료됐다”고 했다.
이어 “선생님은 학기가 끝날 동안 병가로 나타나지 않으셨고 약속한 부분이 이행되지 않아 정서적 아동학대로 신고를 결정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 아이 학년이 올라갈 때 해당 선생님 담임 배제와 다른층 배정 등 2가지를 요구했고 학교 측에서 수용을 결정하면서 이후 개인적으로 선생님께 연락을 드린 적도, 찾아간 적도 없다”고 했다.
또한 그는 “저희 측이 요구한 수용 조건이 잘 지켜졌는데, 지난해 선생님이 옆 교실에 배정돼 교육청 홈페이지를 통해 한 차례 추가 민원을 제기했으며 과거 신고한 건은 검찰 송치 후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지만 해당 글에서 “친구와 놀다가 손이 친구 뺨에 맞았다”, “인민재판식 처벌방식”, “병가로 회피” 등의 표현이 논란을 더욱 키웠다. 이에 누리꾼들의 항의가 쇄도했고, 해당 글은 공개 1시간 만에 사라졌다.
이후 A 교사는 “내가 삭제하지 않았다. 왜 삭제됐는지 모르겠다. 뺨 내용은 싸우던 것이 아니고 놀다 그런 것이었다”라며 표현상의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4명의 학부모 중 1명으로 자신을 ‘합기도 관장 아내’라고 밝힌 C씨의 입장문도 지역 맘카페에 올라왔다.
C씨는 “기사에 나온 문제행동을 보인 4명의 학생 중 1명이 저의 자녀가 맞다”고 인정한 후, 자신은 A 교사의 지도에 불만을 갖고 아동학대 혐의로 선생님을 고소하거나 학교에 민원을 넣은 적은 결코 단 한 번도 없다고 했다.
그는 “학기 초 (자녀가)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보여 선생님과 두 차례 상담하고, 상담 때에는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과 함께 학교를 나오면서 눈물을 펑펑 흘렸다”면서 “제 아이의 행동으로 불편함을 겪었을 선생님과 같은 반 친구들에게는 너무 죄송하다”고 했다.
또한 4명의 학부모가 몰려다니며 교사에 대한 악성 루머를 퍼트렸다는 의혹에 관해서도 “학기 초 불량학생이라고 지적 당한 부모님과 만나서 아이에 대한 고민 상담을 공유한 적은 있으나 따로 주기적으로 만나 선생님에 대한 악의적인 루머를 유포하거나 험담한 일은 절대 없다”면서 “같은 동네에 사는 주민으로써 오다가다 만나면 인사하고, 가끔씩 차 한 잔 마시는 관계일 뿐이었다”고 했다.
그는 “가해자로 몰리는 상황에서 생계까지 위협받고, 엄청난 심적 고통을 받고 있다. 왜 내가 이런 일에 연루가 됐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면서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했다.
A 교사는 지난 5일 대전 유성구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틀 뒤인 지난 7일 숨졌다.
그의 사망 이후 교사노조와 동료 교사들은 A 교사가 지난 4년간 일부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려왔다고 폭로했다.
이후 온라인 상에 가해 학부모들의 신상 정보가 퍼졌고 일부 학부모는 영업장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교사노조는 13일 숨진 교사 유족을 만나 관련 학부모에 대한 경찰 고소‧고발 여부, 교사 순직 요청 등 사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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