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끝까지 바라는 건 오직 귀향"… 월미도 희생자 추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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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으로 돌아가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습니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1950년 6ㆍ25전쟁 당시 판세를 뒤집은 인천상륙작전 73주년을 사흘 앞둔 12일, 인천 중구 월미공원 제물포마당에서 당시 미군 폭격으로 희생된 월미도 원주민 추모 행사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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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원주민, 고향 잃고 비참하게 생활"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습니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1950년 6ㆍ25전쟁 당시 판세를 뒤집은 인천상륙작전 73주년을 사흘 앞둔 12일, 인천 중구 월미공원 제물포마당에서 당시 미군 폭격으로 희생된 월미도 원주민 추모 행사가 열렸다. 추모 행사는 2007년 희생자 합동 위령제로 시작됐는데, 원주민들의 귀향 문제를 적극 제기하는 차원에서 올해부터는 명칭에 ‘귀향 염원’이란 문구가 더해졌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와 유족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회를 맡은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월미도 원주민의 염원은 보상ㆍ배상이나 법과 제도 마련이 아닌 귀향”이라며 “행사 명칭에 귀향 염원을 넣은 것도 그 의지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월미도 원주민들은 두 차례나 살던 곳에서 내몰리는 아픔을 겪었다. 일제강점기 강제 이주된 데 이어 6ㆍ25전쟁 중 인천상륙작전을 닷새 앞둔 1950년 9월 10일 또다시 내쫓겼다. 제1기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 따르면, 당시 미 해병대 항공단 전폭기는 월미도에 네이팜탄 95발 등을 쏟아부었다. 지상을 향한 항공기 사격도 자행됐다. 월미도를 장악한 북한군 400여 명을 제압할 목적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원주민 110명이 희생됐다. 한인덕 월미도 원주민 귀향대책위원장은 “월미도에 민가가 일곱 줄이 있었는데, 폭격으로 첫 줄이 다 날아갔다고 한다”며 “몸에 펄(개흙)을 묻히고 숨어 겨우 목숨을 건진 실향민들은 소금ㆍ얼음 창고를 전전하며 비참하게 살았다”고 말했다.
고향을 잃은 원주민들은 인천상륙작전 이듬해인 1951년 대책위를 꾸려 귀향을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대책위에 따르면, 인천시는 1955년 월미도에 주둔 중인 미군이 철수하면 돌아갈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1970년 미군 철수에 이어 주둔한 우리 해군이 2001년 떠날 때도 귀향은 무산됐다. 2003년 그 자리에 월미공원이 들어서며 원주민들의 바람은 사실상 물거품 됐다.
한인덕 위원장은 “오늘은 73년 전 유명을 달리한 희생자를 추모할 뿐 아니라 고향을 떠나 방황하는 원주민 귀향을 염원하는 자리”라며 “우리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바라는 것은 고향에 돌아가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희생이 불가피했다는 걸 알고 있고, 그것이 70년을 버틴 자부심이었다”며 “정의와 상식이 통하는 나라이기에 우리의 마지막 꿈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진실화해위 권고에 따라 인천시는 2008년부터 위령제를 지원하고 있다. 2020년 7월부터는 인천에 사는 원주민과 유족 등 24명에게 월 25만 원의 생활안정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귀향에 대해선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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