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행제한 시간 풀리자 역주행 ‘쌩’…단속도 방지턱도 없다
- 일방통행로 운전자 경각심 부족
- 방과후수업 때까지도 학생 붐벼
- 폭 1.4m 좁은 보도 보호책 절실
- 차 없는 거리는 교통난이 발목
- 부지 활용 보행로 확장 제안엔
- 학교 측 재건축 계획 탓 부정적
- 일대 신호 없는 횡단보도 많고
- 대연1동 통학로 스쿨존 미지정
- 통학시간 외 위험 노출 불가피
12일 오후 4시30분 부산 남구 대연초등학교 정문 앞 1차선 일방통행 도로에 역주행하는 승용차가 ‘쌩’하고 지나갔다. 문구점에 들르느라 갓길에 서 있던 아이들이 차를 보고 멈칫했다. 어른도 재빨리 인도로 몸을 피했다.
국제신문 취재진과 현장을 방문한 이환진 도로교통공단 차장은 이 광경을 목격하고 잠깐 말문이 막혔다가 “모르고 (역주행을) 하는 건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하는 건지 참 위험하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학교 정문 앞은 보·차도가 분리돼 있고 등교(오전 7시 30분~9시) 하교(낮 12시 10분~오후 3시 20분) 시간에 차량통행을 제한하고 있다. 통제가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 차량이 지나가기 시작했다. 오후 4시30분까지 진행하는 방과후학교 프로그램도 있다. 그런 만큼 통제 시간이 끝난 이후에도 학생이 붐볐다. 차도에서 공놀이하는 아이도 있고 주행하는 차 옆으로 아슬하게 지나가는 학생도 있었다. 박기표 대연초 운영위원장은 “통학 외 시간대에도 학생들이 도로를 다니는데 오토바이가 역주행하는 등 항상 위험은 도사리고 있다”면서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위험이 생기다 보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보도 폭도 좁다. 취재진이 인도 너비를 재봤더니 1.4m에 불과했다. 시행규칙상 보행에만 이용되는 폭은 최소 2m 이상 돼야 한다. 다만 불가피하다고 인정될 때 1.5m까지 할 수 있다. 도로가 넓지 않아 차도로 걷는 아이들도 눈에 띄었다.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나란히 걷는 것도 버겁다. 이 차장은 “이런 도로는 차량을 아예 다니지 못하게 하고 보행자만 다니게 하는 것이 답일 수 있다”며 “현실적으로 이 대책이 어렵다면 이 공간을 아이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기가 일방통행이라는 사실을 운전자에게 알려줄 수 있도록 표지 등을 설치해서 역주행 차량 진입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차도 바닥 재질을 보도블록으로 설치해서 운전자의 주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차도에 과속 방지턱이 아닌 이미지 험프(턱은 없으나 과속 방지턱처럼 표시해 놓은 것)가 설치돼 있다. 이 차장은 “속도 저감 효과가 과속 방지턱에 비해 떨어진다”며 “자주 오가는 운전자는 이를 알기 때문에 속도를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원 때문에 턱을 많이 높이지는 못하더라도 현재보다는 높여 속도를 낮춰 주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외려 보·차도 분리를 위한 펜스를 없애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그는 “아이들이 보도보다는 차도로 많이 다녀 위험하다. 큰 차가 오면 피할 공간이 필요한데 펜스가 장애물이 되는 상황이 생긴다”면서 “학교나 학부모 입장에서는 아이들이 장난치다가 차도로 튀어 나갈 수 있어 위험해 펜스 제거에 거부감이 있다”고 말했다.
정문 앞 1차선 도로를 차 없는 거리로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기관의 판단이다. 남구 관계자는 “이 도로를 막게 되면 일대 도로 흐름 등이 문제가 될 수 있어 경찰에 불가하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남부경찰서 관계자는 “주민이 이용하는 도로인데 등하교 시간 외에도 통행을 못 하면 주민의 생활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된다”면서 “보도가 있는데도 이렇게 만드는 건 불합리하다고 판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방통행 위반에 대해서는 “순찰을 강화하고, 단속이 이뤄지고 있다는 캠코더 단속 중 표지 등을 추가로 부착할 예정이다. 위치 선정을 위해 현장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구슬 남구의원은 학교부지를 활용한 보행로 확장을 제안했다. 그는 “보도가 협소하다면 조경석이라든지 학교 담장을 옮기는 등의 방법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방법은 안전한 통학로 확보를 위해 부산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하단초등학교(국제신문 지난 5월 16일 6면 등 보도)를 시작으로 모라초 가평초 등이 통학로 확보를 마쳤다.
학교 측은 공사에 따른 학생 위험 우려와 재건축 계획으로 인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석규 교장은 “인도 확장을 검토했으나 학교 구조를 완전히 바꿔야 해 공사 자체가 학생에게 위험하겠다고 판단했다. 또 그린스마트스쿨(40년 이상 노후학교 시설 개선) 추진이 예정돼 있어 현재 위험을 감수하고 공사를 하는 게 별 실익이 없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학교 정문 앞 도로뿐만이 아니다. 진남로 못골로가 교통량이 많은 데다 왕복 2차로로 폭이 좁아 어린이 보행사고의 위험이 크다. 이 차장은 “좁은 도로에 차량 통행도 많고 못골골목시장도 있어 보행자 통행이 많다”면서 “사고의 개연성이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 교통정보서비스센터에 따르면 대연초에서 대연사거리 방면 도로 교통량은 지난 6월(16~18일 제외) 하루 평균 4649.5대였다.
2021년에는 학교 옆 횡단보도에서 SUV 차량이 신호를 위반한 채 직진하다 보행신호에 횡단보도를 뛰어 건너던 9세 아이를 들이받는 사고가 있었다. 지난해 7월 대연스퀘어 앞 사거리 부근에선 차량 사이를 뛰면서 길을 건너던 10세 어린이가 1t 트럭에 치이기도 했다. 이 아이는 전치 7주의 중상을 입었다.
학교 주변 도로에는 신호 없는 횡단보도가 많다. 학교 앞 도로 어귀와 접한 교차로를 살펴보면 신호등이 있는 횡단보도가 조금 떨어진 곳에 있다. 그렇기에 무단횡단하는 보행자도 쉽게 볼 수 있다. 이 차장은 “이 공간에서 다 같이 횡단할 수 있도록 대각선(X자형) 횡단보도 설치를 하면 일시에 보행자가 건너고 차량도 정지하면 보행자와 차량이 분리될 수 있으니까 안전할 수 있다”고 대책을 제시했다. 이 구간을 암적색으로 포장하는 등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이라는 사실을 운전자에게 눈에 띄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연초에는 대연사거리에서 유엔공원 방면 대연1동 학생도 다닌다. 왕복 6차로 대연사거리를 건너 통학한다. 이 일대는 학교 정문 반경 300m 이내인데도 스쿨존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구에 따르면 스쿨존 지정은 학교가 요청하면 구와 경찰이 검토한 후 시가 결정한다. 이 교장은 “학생 안전을 위해 스쿨존 지정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대연사거리를 횡단한 아이들은 대연스퀘어 앞 사거리도 건너 통학할 수밖에 없다. 차량 통행이 많은데 횡단보도에 신호등이 없는 게 문제다. 등하교 시간대는 녹색어머니회나 시니어클럽 어르신이 아이들의 통학을 돕는다. 등교 시간 노란 깃발을 들며 교통지도를 하던 녹색어머니회 학부모는 “신호가 없어 아이들이 위험하기 때문에 교통지도하는 어른이 꼭 있어야 한다”며 “무시하고 가는 차들도 많다”고 토로했다.
당국은 교통 흐름상 신호기 설치가 불가능하다고 봤으나 올해 중으로 설치하겠다고 견해를 수정했다. 남부서 관계자는 “예산이 있어 설치하면 되지만 우선순위에 따라 진행해야 하는 만큼 당장 설치된다고 확답할 순 없다”고 말했다. 교통 흐름에 대해선 “정체가 더 있을 수밖에 없다. 신호 연동체계로 해소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만 설치 시기가 연말까지 밀릴 수 있다는 점에서 학생들은 올해 2학기에도 사고 위험에 노출되는 건 불가피해 보인다. 교통지도가 없는 통학 외의 시간대가 큰 문제다. 박 의원은 “방과후학교 등으로 학생마다 하교 시간이 달라 세심하게 보호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영상=김채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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