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푸틴, 이르면 13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서 정상회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르면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담 의제로 무기 거래 등 군사 협력과 유엔 대북 제재 문제 등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군사 분야를 중심으로 북·러 밀착이 심화되는 데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 위원장이 탑승한 전용 열차는 12일 러시아 국경을 넘어 연해주 북쪽 지역으로 이동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김 위원장 장갑 열차가 연해주 라즈돌나야 강을 가로지르는 철교를 건너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테르팍스통신은 김 위원장 전용 열차가 우수리스크에서 기관차 승무원을 교체한 뒤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따라 아무르주가 있는 북서쪽으로 출발했다고 전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러시아 당국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당초 예상됐던 블라디보스토크가 아닌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 본회의에 참석한 푸틴 대통령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서 “내가 그곳에 가면 당신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북·러 정상회담은 이르면 13일 보스토치니 우주에서 열릴 것으로 관측된다. 교도통신은 두 정상이 회담 뒤 하바롭스크주 산업도시 콤소몰스크나아무레에 있는 수호이 전투기 생산 공장도 방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앞서 김 위원장 전용 열차는 지난 10일 오후 평양에서 출발해 이날 새벽 러시아로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동지께서 로씨야(러시아) 연방을 방문하시기 위하여 9월10일 오후 전용 열차로 평양을 출발하시였다”고 공식 확인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김정은이 아마 이날 새벽 러시아 내로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 전용 열차가 북·러 접경 지역에 있는 러시아 하산역에 도착하자 김 위원장 환영 행사가 열렸다고 일본 민영방송 TBS가 주도하는 뉴스네트워크 JNN이 이날 러시아 지역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정상회담이 열리면 북·러 무기거래 등 군사 협력 방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에 필요한 무기 등 군수물자를, 북한은 핵 무력 고도화에 필요한 첨단무기 기술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 방러 수행단에는 군부 서열 1위인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옛 군부 서열 1위인 박정천 당 군정지도부장이 포착됐다. 포탄 등 군수 분야를 담당하며 핵·미사일 개발에 관여한 조춘룡 당 군수공업부장과 김명식 해군사령관, 김광혁 공군사령관도 수행단 일행으로 확인됐다.
러시아 측은 대북 인도적 지원과 제재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이날 EEF에서 기자들과 만나 “모든 이슈가 논의될 수 있다”며 “인도적 지원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서 제외된다”고 말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필요하다면 우리는 북한 동무들과 대북 유엔 제재에 관해 논의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고 스푸트니크통신이 보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유엔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과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 간의 정상회담에 대해 여러 가지 이유로 많은 나라들이 조금은 우려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그 어떤 유엔 회원국도 불법 무기 거래를 포함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에서 러시아로의 모든 무기 이전은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며 “북한에 대해 새로운 제재를 부과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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