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출신 전직 대통령 MB 중소기업 행사 기조연설, 왜?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82)가 12일 신년 특별사면 후 처음으로 공개 연설에 나섰다. 대통령 재임 시절 화두로 내세운 ‘동반성장’의 주체인 중소기업인들에게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하라”고 주문했다. 이명박 정부 참모들도 현장에 동행하는 등 총선을 앞두고 친이계가 세 결집을 하는 모양새다.
이씨는 이날 제주 서귀포시 롯데호텔 제주에서 중소기업중앙회 주최로 열린 ‘2023 중소기업 리더스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내년까지 경제가 어려울 것이라 본다. 부디 위기라고 해서 걱정하지 말고 더 힘을 모으고 적극적으로 하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정부로부터 사면을 받은 후 공개 행보를 이어왔지만 대중 연설까지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포럼에 참석한 중소기업인 400여명은 이씨가 행사장에 입장하자 기립박수를 쳤다. 이씨는 앞쪽에 앉은 참가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이명박 정부 참모였던 백용호 전 청와대 정책실장, 홍석우 전 지식경제부 장관도 동행했다.
이씨는 원고 없이 단상에 올라 23분간 연설했다. “수년간 오지여행을 하느라 여러분을 볼 수 없었다”고 입을 뗀 이씨는 대부분의 시간을 대통령 시절 일화를 이야기하는 데 썼다.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08년 광우병 파동,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언급하며 “위기를 극복하는 데 중소기업이 큰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생각으로 ‘동반성장’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지금도 후퇴는 안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정부도 그 점을 유심히 생각하고 있다고 본다. 지난번에 (경제단체 행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중소기업중앙회장을 옆에 앉힌 것을 보고 잘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씨는 “이제 정치하면서 표 얻을 일이 없으니까 형식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마음에 있는 이야기만 한다”며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지만 여러분들 옆에서 걸으며 말벗이 되겠다”고 했다.
이번 기조연설은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의 요청을 이씨가 수락하면서 이뤄졌다. 주얼리 업체인 제이에스티나(옛 로만손)를 경영하는 김 회장은 2008~2013년 이씨가 대통령이던 시절에도 중기중앙회장을 지냈다. 현대건설 회장을 지낸 이씨와 기업인 출신이라는 공통분모도 있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중반 동반성장 화두를 꺼냈다. 2010년 12월 민간 자율 기구인 동반성장위원회를 발족시켰다. 다음 달 본격 시행을 앞둔 납품대금 연동제 도입을 처음 공론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동반성장을 내걸고도 경제력 집중에 따른 불공정,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부당 하도급 문제 등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씨는 실소유한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와 관련해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챙기고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2020년 10월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8000여만원의 형이 확정됐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이 특별사면·복권을 단행하면서 형기 15년을 남기고 출소했다.
지난 3월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사면 후 첫 공식 일정을 소화한 이씨는 총선을 앞두고 활동 보폭을 늘리고 있다. 4월에는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주연 연극 <파우스트>를 관람했고, 5월에는 서울시장 시절 치적인 청계천을 찾았다. 지난달에는 친이계 인사 30여명과 오찬 회동을 가졌다. 이씨는 청계천 방문 당시 ‘총선 전 정치활동 재개’라는 해석을 경계하며 “나는 총선에 관심이 없다. 나라가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주 |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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